▲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토털밸류’를 모두 갖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뿐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인 가치를 모두 높이며 재계 서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최 회장의 다음 목표는 치밀한 기업 가치 분석을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한다는 ‘SK 경영시스템 2.0’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토털밸류’는 최 회장이 지난 2020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제시한 그룹의 경영 지향점이다. 재무적인 성적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ESG, 고객신뢰 등을 모두 갖춰 회사의 유무형 가치를 모두 높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최 회장은 당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토털밸류)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체인지’ 관련 메시지도 꾸준히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아 왔던 구조적 한계를 어쩔 수 없는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딥체인지도 가능하다"고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이후 성과는 뚜렷했다. SK그룹은 정유, 통신,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역량을 강화하며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선제적으로 ‘넷제로’를 선언하고 정유 등 전통 산업의 체질 전환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사회적 가치는 더욱 섬세하게 추구하게 됐고, 그룹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경영 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이 ‘토털밸류’ 개념을 꺼냈을 때 전세계적인 화두는 코로나19 전염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복합적 경제 위기’ 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무형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토털밸류’ 개념을 꺼내면서 SK가 ‘소셜밸류’에 무조건 집중했을 때와 비교해 그룹 내실이 훨씬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최근 경기침체 같은 각종 우려에도 SK그룹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기업 가치 분석 모델,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통한 ‘SK 경영시스템 2.0’ 구축을 주문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이른바 ‘SK 경영시스템 2.0’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은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기업 가치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확대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CEO들은 경제 위기 상황 인식을 함께 하고, SK의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과 신사업 모색 방법론 등에 대해 외부 투자전문가, 학계 인사 등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CEO들은 이어 ‘넷제로’(Net Zero) 선언 1년을 맞아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실행을 가속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진솔한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는 재무 성과와 미래 성장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사회적 가치, 유무형의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됐다"며 "이 중 어떤 요소를 끌어올리고 어떤 요소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높일지 분석해 이해 관계자의 더 큰 신뢰와 지지,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금리 인상 등 엄중한 국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등 경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또 "현재의 사업 모델이나 영역에 국한해서 기업 가치를 분석해서는 제자리 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벤치마킹을 할 대상 또는 쫓아가야 할 대상을 찾거나 아니면 현재의 사업 모델을 탈출하는 방식의 과감한 경영 활동에 나서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토털밸류’ 완전 진화와 경영시스템 2.0 시대를 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공유했다. 핵심성과지표(KPI), 투자·예산·조직 등 회사 내 자원 배분, 평가·보상, 이해관계자 소통 방안 등도 기업 가치 모델 분석 결과와 연계해 재검토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제대로 된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단계적으로 달성해 신뢰도를 높이게 되면 기업 가치도 극대화될 것이라는 우리의 가설을 스스로 입증해 내자"고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SK는 이 같은 관점에서 각 관계사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 창출 시스템 개념을 그룹의 경영철학이자 실천 방법론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반영하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