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 상임고문)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 고문이 17일 "(2024년 4월 10일 예정된 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실패한다면 제 시대적 소명도 끝이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재명 고문이 22대 총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배수의 진’을 치고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고문의 이날 출마선언으로 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당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민주당 당권 경쟁의 큰 구도는 유력주자로 꼽히는 이 고문의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와 재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세대교체론 간 대결로 압축된다.
97그룹으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등 이른바 ‘양강양박’ 의원이 당권 도전장을 냈다.
원조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3선의 김민석 의원, ‘이재명 대항마’를 자임한 이낙연계 5선 설훈 의원, 당의 불허에도 출마를 강행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당권 경쟁에 가세했다
이재명 고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 그 첫 시작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민생실용정당’으로서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 미래 △ 유능 △ 강함 △ 혁신 △ 통합 등 5가지 과제를 내걸었다.
그는 당내 일각에서 계속된 자신의 불출마 요구를 의식한 듯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고문은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면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권 경쟁자로는 이날 현재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만 9명에 달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고문의 압승을 예측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지난 대선을 거치며 당내 의원들 다수 및 권리당원 다수가 이 고문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이재명계’ 성향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달 28일 3명의 최종후보를 남기고 컷오프(탈락) 시키는 예비경선에서 중앙위원 투표만 100% 반영하던 기존 룰을 권리당원 투표 30%를 반영하는 룰로 변경한 것도 이 고문에게는 호재다.
이른바 ‘개딸’ 등으로 불리는 강성 권리당원 지지층을 보유한 이 고문이 예비경선 단계서부터 압도적인 세(勢)를 보여주며 대세론을 굳힐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반전 내지 이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세대 교체론을 앞세운 ‘양강양박’ 의원들이 얼마나 지지를 끌어모을지에 따라 전당대회 흐름이 바뀔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이 고문에 맞설 카드로 과감한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97그룹 의원들은 이 고문의 대선패배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고문의 ‘사법 리스크’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강양박’ 중 누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30% 반영의 영향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양박’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조직 면에서는 ‘양강’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컷오프 이후 이 후보를 제외한 다른 두 명의 후보들 사이에서 단일화 가능성도 열려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민석 의원의 ‘선전’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전반적인 전대 구도가 ‘이재명 대 97그룹’으로 짜이긴 했지만 김 의원의 잠재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뒤 남다른 정치역정을 거친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도운 이력으로 인해 ‘정세균’(SK)계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당 대표 저지’를 내건 설훈 의원은 이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원들이나 이낙연계 의원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설 의원도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거취도 눈여겨봐야 한다.
당의 출마 불허 결정에도 출마를 강행한 박 위원장의 경우 접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직접 저의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던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좌절 이후 이 고문 등 전대 후보들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다면 이 역시 판을 흔들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의 ‘8.28 전대’에서 당 대표 선거와 별도로 치러지는 최고위원 선거도 관전포인트다.
1차 컷오프 관문에서 8명으로 압축한 뒤 최종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 간 전선이 선명하게 구축될 전망이다.
친명계에서는 재선의 박찬대 의원이 이 고문의 ‘러닝메이트’임을 자처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중진으로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정청래·서영교 의원 역시 친명계임을 내세우고 있다.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초선인 장경태·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이낙연계 초선 윤영찬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초선 고민정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호남 대표격인 재선의 송갑석 의원,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위원장을 맡은 고영인 의원 등은 비명 깃발을 들고 최고위원에 도전했다.
박영훈 전 전국대학생위원장, 김지수 당 그린벨트공동위원장,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등 청년 원외 인사들도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