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역세권’ 세부 개발계획 조감도. 서울시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공공 도심복합사업에서만 가능했던 역세권 주택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민간에도 허용하는 ‘민간 도심복합사업’이 가시화된다. 이 경우 용적률은 500%까지 상향해주고, 필요하면 도시계획 규제를 받지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을 신설해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된다. 그동안 공공이 주도한 도심복합사업은 주민들 반발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성과를 내기 어려웠지만 민간이 사업에 참여하며 속도가 한 층 더 붙을 전망이다.
이 사업으로 역세권 용적률 상향 적용 시 용산구 효창동 일대와 원효로1가 일대가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로서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 고밀개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외에도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인 목동과 노원구에 대한 수혜도 재차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용적률 실현 가능성과 ‘닭장 아파트’에 대한 반발,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어 사업이 진척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국토부, 尹정부 첫 공급대책 발표…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발표에 따르면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 준공업지 등에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 적용하는 ‘민간도심복합 사업’이 신설된다.
민간도 사업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심복합개발법’을 올해 연말에 제정해서 총 2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이나 리츠(REITs) 등 민간 전문기관이 비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신탁은 토지를 신탁해 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신탁사가 사업 및 시공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리츠는 특수목적법인(SPC)에 토지주, 디벨로퍼, 금융기관 등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토지주 비율이 50% 이상이 돼야 한다.
이는 도심과 부도심, 노후역세권, 준공업지역 등에 집중 지정될 방침이다. 입지에 따라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으로 나눠 사업을 진행한다. 성장거점형은 첨단산업 중심의 고밀 복합개발 사업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용적률과 건폐율 등 기존 도시계획 규제를 받지 않는 입지규제최소구역을 개편한 ‘도시혁신계획구역’(가칭)’을 적용해 다양한 개발이 가능토록 한다.
주택 50% 이상인 주거중심형은 노후도 60% 이상 역세권과 준공업지 등에 추진되며, 여기에는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상향 적용된다.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만큼 종전 대비 증가하는 용적률의 2분의1 이내에서 임대주택과 역세권 첫 집 등으로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 귀속 방지를 위해 이익상한제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민간사업은 광역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면 통합심의 적용 후 개발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오는 12월 국토부는 도심복합개발법을 제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후보지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 도심용적률 완화 수혜 지역은 어디?
이번 민간 도심복합사업 발표로 지난 7월 용산구가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역세권시프트 사업의 가치 상승이 기대되게 됐다.
역세권 시프트 사업은 역세권 노후도가 60% 이상이면 가능하기에 신속통합기획의 3분의 2에 비해 노후도를 충족시키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변경 후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상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받을 수 있어 부동산 가치 상승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토부가 발표한 민간 도심복합사업이 역세권 고밀 개발과 비슷한 정책이기에 관련 부처와 협의해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효창공원 앞 효창로 일대, 마포구 신공덕동 인근, 광흥창역세권, 중구 청파동 서울역 인근, 동작구 신대방역 일대, 영등포구 신길역세권 등이 역세권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을 지역으로 지목했다. 다만 이 같은 사업 내용이 개발 이전 퍼지면서 빠른 속도로 개발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 최근 투자자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역세권 외에도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도 용적률 상향 혜택을 크게 받을 우선 대상 지역으로 거론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하려면 도로와 교통을 따져야 하는데 목동과 상계동 정도가 가능하다"며 "특히 목동은 저층이 많아 물량을 현재 2만6000가구에서 2배 이상 늘릴 수 있고, 상계동도 현재 물량에서 50% 정도 확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역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목동과 상계동 지역이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 전반적으로 용적률 상향 전망은 밝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일 하계5단지와 더불어 노원구 상계동과 강서구 가양동, 마포구 성산동 등 서울 시내 노후 임대단지 용적률을 최대 500%로 확대해 고밀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시내 34개 임대 단지들이 곧 순차적으로 완공 30년이 된다"며 "이 단지들을 용적률 400~500%를 적용해 재건축하면 고급화 된 임대주택이 기존 20만 가구에서 50만 가구 이상으로 2.5배 정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워팰리스급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일각에선 용적률 500% 적용이 교통 인프라 부족과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사회적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례로 용적률 285%를 적용한 9510가구 대단지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와 용적률 499%를 적용한 경기 수원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이른바 ‘닭장 아파트’ 논란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