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뚜렷한 '상고하저' 양상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 연초부터 따따블(공모가 4배 상승)을 기록한 새내기주가 대거 등장, 연중 시장에 훈풍이 예상됐다. 그러나 연말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탄핵정국에 따른 불안심리가 증시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잇따르며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증시 부진 여파로 하반기 IPO 시장 열기 '뚝'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총 115개사(스팩 포함·코넥스 제외)로 지난해 114개사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사가 8개사, 코스닥 상장사가 107개사로 집계됐다. 공모 규모는 4조2788억원으로 지난해 4조387억원에 비해 5.9% 커졌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지난해 IPO 시장 흥행에 힘입어 따따블 기업이 속출하는 등 훈풍이 예상됐다.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5300원) 대비 300% 오른 2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도 현대힘스, 티디에스팜 등도 상장 당일 따따블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과열됐고 수요예측 열기도 고조됐다. 기관투자가들 역시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더 받기 위해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로 신규 상장사 중 84%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밴드 상단 이상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IPO 시장 과열 열기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부진해진 여파다. 이후 씨케이솔루션, 미트박스글로벌 등 총 31개사가 상장을 철회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들어 탄핵정국이 전개되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자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이달 상장한 온코크로스, 쓰리에이로직스 등이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범위를 하회했다. 올해 마지막 코스피 신규 상장사였던 엠앤씨솔루션도 공모가 하단을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돼 가격 부담이 줄었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상장 재도전·대어급 기업 등장…“내년 회복세 기대"
내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철회했던 기업들이 대거 내년 시장 입성에 재도전해 시장이 탄력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달 말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오름테라퓨틱은 내년 1월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한다. 몸값을 8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낮춰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기관의 자금 집행이 다시 시작되는 연초에 맞춰 1월 효과를 누리려는 기업들도 1월 IPO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에만 8개 기업이 공모 일정을 준비 중이다. 공모 규모만 1조원이 넘는 초대형급 IPO인 LG CNS가 내년 1월 21일과 22일 일반 청약을 목표로 IPO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 대한 투심이 위축되면서 투자자들도 묻지마 청약은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도 올해보단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늦추는 방향으로 일정 조정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으로 넘어가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