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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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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빗물 모아 폭염 막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23 10:00

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물과 생명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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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물과 생명 이사장


지금은 더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가며 국민을 힘겹게 했다. 폭염이든 집중호우든 대처하기가 어려운 거대 자연현상이라고 해도 빗물을 모아 좀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재해의 피해를 줄이는데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태양 에너지는 지구의 대기층을 투과하여 지표면에 도달한다. 물이 있으면 에너지는 물속에 잠열로 존재하고 현열은 줄어든다. 물이 없으면 현열이 많아져 더 더위를 느끼게 된다. 물가에서는 시원하고, 물이 없는 사막이 더운 것이 그런 이치다.

폭염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구름이 적어져서 그렇다. 구름은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차단하고, 대기권으로 열을 반사시켜서 지표면에 유입되는 열에너지를 줄여준다, 구름이 있는 날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구름은 지표면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서 찬 대기를 만나서 응결되어 만들어지는데 증발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 구름은 적게 만들어진다.

둘째, 물이 없는 마른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는 대부분 현열의 형태로 존재하여 주위의 온도를 높인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잠열의 형태로 되어 온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물의 소순환 안에 있는 물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에어컨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열이 났을 때 젖은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면 시원해지는 것과 같다.

폭염의 원인을 알았으니 그 대책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빗물관리이다. 빗물은 도시, 농지, 산지 어디서든 떨어진다. 현재는 비가 떨어지는 즉시 하수도나 하천으로 빨리 버리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어 빗물을 모아서 유용하게 쓸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건물의 옥상이나, 도로나 녹지에 떨어지는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아서 땅을 촉촉하게 만들거나, 더울 때 그 물을 마당이나 도로에 뿌려주면 도시가 시원해진다. 논은 아주 훌륭한 빗물저장조이다. 평야에 있는 넓은 논이나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만들면 빗물을 모을 수 있다. 논을 없애어 건조해진 땅에 논의 물관리 기능을 가진 물관리 시설을 만들면 폭염에 대비할 수 있다.

특히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지의 빗물관리가 중요하다. 우리 수자원의 65%가 산지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에서도 빗물은 빨리 내다버리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다. 한꺼번에 뭉쳐서 내려가는 빗물은 홍수를 발생하고 토양을 침식시킨다. 말라버린 산지는 폭염을 가중시키고 가뭄과 산불도 조장한다. 산림을 조성한다고 일부러 나무를 다 베어낸 산지근처는 매우 덥다.

모든 산의 경사면과 계곡에 골고루 작은 빗물수확시설 (물모이)을 많이 만들면 빗물을 모아 산을 촉촉하게 만들 수 있다. 물모이의 재료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나무나 돌멩이를 이용하거나 폐비닐을 가공한 판넬을 이용할 수 있다.

몇 가지 좋은 사례가 있다. 서울 강북구 번동의 아파트의 공터에 논을 만들었다.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을 모아 그 물을 이용하여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 논의 주위는 항상 시원해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의 마당이 된다. 수원시에서는 빗물저금통에서 받은 빗물을 도로에 뿌려주어 도시를 시원하게 해준다.

서울의 몇몇 공공기관의 옥상 지붕에 5 ~ 15cm높이의 집수판을 깔고 그 위에 잔디를 심었다. 내린 비는 집수판 안에 저장된 후 천천히 잔디를 통해 기화하면서 이 건물에 떨어지는 태양열을 식혀주면서 도심의 경관도 좋게 만든다. 도시에 있는 건물 지붕마다 이렇게 온도를 낮추면 도시 전체의 온도가 내려간다.

원주의 산림항공본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만든 4개의 물모이에는 이전에 내린 빗물이 가득 고여 있거나 산에서 내려온 토사로 채워져 있다. 촉촉해진 물모이 주위로부터 물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소모하여 그 지역이 시원해진다. 물을 만난 식물들은 광합성으로 탄소를 포집하기도 하고 생태계도 보호한다.

슬로바키아, 인도, 미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지역에 빗물을 모아 온도를 낮추고 생태계를 보호한 모범 사례는 많이 존재한다.

지역의 폭염을 탄소나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빗물로 주위를 촉촉하게 만들어 자기 지역의 폭염은 자신이 줄일 수 있는 땅촉촉 운동을 제안한다. 특히 올해 폭염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금 당장 도시에 빗물을 모으고, 산에 물모이를 만들어 빗물을 받아두자, 그러면 폭염도 방지하고, 내년 봄의 산불도 예방할 수 있다. 빗물을 모아 두면 기후위기의 근심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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