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
#2. 40대 정 모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회사 근처로 집을 옮기기 위해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놨지만 매수 문의조차 없자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를 통해 매도 글을 올렸다. 중개수수료 부담이 없어서인지 매수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다음 달 계약 진행을 앞두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 지속으로 주택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자 직거래 방식으로 주택을 사고파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매수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매수하면서도 중개수수료까지 아낄 수 있어 직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또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자 등 매도가 시급한 집주인들 역시 집을 빠르게 매도할 수 있는 직거래를 선택하는 양상이다.
29일 부동산 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암사동 삼성광나루 전용면적 84㎡는 지난 20일 9억8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지난해 8월 동일면적이 최고가인 12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 전용 59㎡는 지난 8일 11억5000만원에 직거래됐다. 동일면적의 직전 거래는 지난해 11월로 14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9개월 새 2억8000만원이 저렴하게 거래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직거래는 총 49건으로 전체 매매 231건의 21.2%를 차지했다. 전체 매매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직거래 비율은 11.4%, 지난 6월은 8.1%로 집계됐다. 다만 아직 8월 매매 계약기간과 신고기간이 남은 점을 감안했을 때 거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직거래는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 등 거래 당사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공인중개업소를 끼고 거래하지 않아 중개수수료가 들지 않는 대신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나 직거래 카페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집값 하락세가 최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금이 최적의 매도 시기라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직거래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지자 시세 수준으로는 집을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는 등 거래절벽이 심화된 점도 직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아직 더 떨어져야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2년 전인 2020년 초 실거래가 정도로 돌아가야 매수세가 돌아설 것 같다"고 말했다.
직거래 가운데는 직거래를 가장한 증여성 거래도 많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직거래가 이뤄지고 나면 인근에 소문이 나는데 나중에 알아보면 대부분 친족 등 특수관계인간 거래인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넘기느니 자녀 등에 넘겨 증여세를 낮추려는 묘안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거래는 공인중개업자 등 전문가를 통하지 않고 계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개거래 대비 사기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이 가격이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점인데 매수자 입장에서 실제로 시세 대비 저렴한 매물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전에 해당 단지의 시세를 꼼꼼하게 파악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계약 시에는 계약 당사자가 실제 집주인인지 파악하기 위해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