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인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아이파크’에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등 상업시설도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다음 달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020년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을 때만 하더라도 임대 아파트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 청약을 취소할까도 고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 씨는 "요즘 대출금리가 올라서 고가 아파트를 매수하기 부담스러워졌고 임대 단지지만 지하에 코스트코, 아이파크몰이 들어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며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려볼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달아 인지도를 높였으며 입주 시기에 맞춰 대형 쇼핑몰, 상업시설 등이 함께 조성됨에 따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인근 주민들은 임대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호선 개봉역 인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 아이파크’는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지난 2020년 분양을 진행했으며 지상 최고 45층, 총 2205가구 대단지로 조성된다.
임대주택이지만 외관부터 인테리어까지 일반분양 아파트와 동일한 품질로 공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단지 지하에 다음 달 중으로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가 들어서며 아이파크몰 2호점인 ‘더 그로우’(The Grow)도 오는 12월 개점할 예정이다.
고척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각종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오는 건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라며 "교통 혼잡 등이 걱정되지만 거주 환경이 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정책은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공공성을 강화해 주거지원계층에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편된 정책이다. 공적지원과 공공성을 연계해 주거지원대상자를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로 구분해 역세권에 중점 공급하는 주택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특별공급의 경우 가구원수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20% 이하면 소득요건이 충족되며 일반공급의 경우 소득제한이 없다. 또 청약 통장 없이도 당첨 가능하며 추첨제로 진행된다. 최대 8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 가능하다.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도 적다. 월 임대료도 대부분 40~50만원 선으로 시세의 85% 수준으로 책정된다.
잇따른 금리 인상에 대출 부담으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태가 불거지고 있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는 지난 7월 민간임대 111가구 모집에 1만536명이 몰려 평균 9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44㎡ 1가구 모집(특별공급)에는 733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733대 1을 기록하는 등 치열했다.
또 다른 민간임대 아파트인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잔여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청약 결과 전용면적 75㎡ 2가구 일반공급에 50명이 접수해 최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전용 84㎡ 16가구 공급에도 112명이 접수해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첫 분양 당시에도 평균 경쟁률 7.96대 1, 최고 경쟁률 3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해당 단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로 최대 10년간 거주 가능하며 모든 유형이 월 임대료가 없는 전세로 구성됐다.
수도권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추진된 인천시 동구 송림동 ‘동인천역파크푸르지오’는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청약을 진행했으며 서류 접수를 진행 중이다.
다만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민간임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민간임대 단지의 한계로 지적된다.
고척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엔 분양 단지인 줄 알고 매매 문의를 하는 주민들도 많았는데 전 가구가 임대라는 걸 알고는 떨떠름해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대단지에 1군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임대아파트를 딱히 반기진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