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6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사용후핵연료 처리,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9 10:04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2101901000611200027601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대체하는 ‘K-원자력 재부흥 정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2030년 전원구성에서 원자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것이나 건설 중인 원전은 예정된 기한에 맞추어 준공할 것, 2017년에 중단되었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할 것, 또한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등 첨단 원자력 산업도 적극 지원하며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할 것 등의 내용이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

이런 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여전히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들도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적 여론은 대체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안전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 대란을 마주하며 우리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되자 현 정부의 수정된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수긍하는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가지 시대적 목표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자력은 여전히 매우 유효한 에너지원일 수밖에 없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다른 주요 경제국들도 원전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니 만큼, 현 정부의 원자력 재부흥 정책은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할 지라도,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처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이 문제는 원자력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국토의 보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말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큰 진척을 이루지 못 하고 있다.

원전에서는 저준위에서부터 고준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20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겪고 나서야 겨우 부지가 선정되어 2015년부터 경주에 운영되고 있는 방폐물 처분장은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만을 처분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처리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중수로를 사용하는 월성 원전 부지에서 건식 저장 방식으로 일부 운영하고 있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의 수조에 임시적으로 저장하고 있다. 전원이 끊긴 수조의 수위가 낮아져 저장중이던 핵연료봉이 녹아버릴 뻔 했던 아찔한 장면을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지켜본 우리 국민들에게도 원전 부지 내의 수조에 빽빽하게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존재는 원전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세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실현하는 데 있어 결국 관건이 입지 선정이니 만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인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국민적 공감대가 성숙되었을 때에 비로소 입지 선정 절차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중·저준위 방폐장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도 안면도, 굴업도, 부안, 군산 등 많은 지역에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었다. 경주로 결정된 후에도 지역 내,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 후유증들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폐기물의 중간저장시설과 함께 지하연구시설과 영구처분시설까지 결정해야 하는 훨씬 더 크고 무거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느니 만큼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더욱 절실하다.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원자력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 왔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느니 만큼, 그 혜택을 누린 대가도 함께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 책임에 대한 인식 확산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런 시설들이 필요한 이유와 이 시설들이 향후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과학·기술적인 정보를 포함한 중요한 정보를 가감 없이 온전하게 공유함으로써 국민적 이해를 공고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