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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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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 불안정 부추기는 태양광·풍력투자 신중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3 10:00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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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출력제어’가 공식화됐다. 송전망에 공급되는 전력량이 송전망의 용량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전력거래소나 송배전 사업자가 공식적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일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미 풍력·태양광이 넘쳐나는 제주도에서는 일상화된 지 오래고, 작년부터는 전남 일부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탄소없는 섬’을 지향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2034년에 가면 연간 326회의 출력제어로 5100억 원 어치의 전기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소비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것이 원칙이다. 발전소에서의 공급이 부족하면 송전선로의 전압이 떨어지고, 주파수가 변하게 된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서 발전소의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면 2011년의 9·15 순환정전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국의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는 대정전(블랙아웃)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발전소들이 동시에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전통적인 원전·석탄·LNG·수력의 경우에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에게 사전에 요청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가거나, 발전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2011년의 순환정전은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시작된 늦더위로 냉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서 발생한 사고였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는 전통적인 발전기와는 달리 발전사업자가 전력 생산량을 임의로 통제할 수 없다. 해가 지거나, 구름이 몰려오거나, 비나 눈이 내리면 태양광 패널의 전력 생산은 중단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 발전기는 멈춰 서게 된다. 재생에너지의 그런 특성을 ‘간헐성’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 지역에서는 계절에 따른 ‘변동성’도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해주는 송배전사업자의 입장이 난처하다. 출력을 예측할 수 없는 태양광·풍력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하는 심각한 골칫거리다.

해가 뜨고, 질 때에 맞춰서 기존 발전소의 출력을 조정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거나, 비·눈이 내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바람의 세기도 문제가 된다. 비교적 쉽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LNG화력을 보조전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력거래소가 공식화한 출력제어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성·변동성에 따른 송전망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햇빛이 너무 강하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경우에는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차단해서 송전망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물론 출력제어를 한다고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설비에서의 전기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산된 전기가 송전망에 공급되지 못하고 쓸모없이 버려지게 될 뿐이다.

출력제어로 버려지게 되는 전기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전력거래소의 입장은 분명하다. 실제로 송전망에 공급되는 전기에 대해서만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급 받지도 않은 전기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실제 출력제어로 버려지는 전기의 양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발전사업자의 입장은 정반대다.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송전망의 상황 때문에 시행하는 출력제어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전력거래소 이외에는 생산한 전기를 판매할 수도 없는 발전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헐성·변동성은 태양광·풍력의 태생적 한계다. 그런 비용을 무작정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결코 공정한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지역 송전망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투자까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사업자의 노후 복지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태양광·풍력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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