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한 분식집에서 구매한 김밥과 라면.. 사진=조하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김유승 기자] 원자재값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며 외식물가도 영향을 받으면서 소비자 고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영업계가 수요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동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경영 부담이 높아진 프랜차이즈 업계는 연초부터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돌입한 실정이다.
2일 본지 취재진이 직접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 한 개인 분식집은 떡볶이(1인분)와 라면 한 그릇, 야채김밥 한 줄을 합해 9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품목별로 떡볶이는 2500원으로 4000원대 신참떡볶이·죠쓰떡볶이 등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저렴했으며, 라면은 4000원으로 시중 일반 분식집에서 3000~4000원에 제공하는 라면 한 그릇 수준이었다.
3000원인 김밥 가격은 서울 지역 김밥 평균값에 조금 못 미쳤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에서 판매된 김밥 평균 가격은 3100원으로 전년 동기(2731원) 보다 13.5% 뛰었다. 2017년(2154원) 가격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000원대를 돌파한 셈이다.
분식집 사장 A씨는 "동네 장사는 단골 확보 싸움이다. 가격 올리면 인심 없다는 소리도 배로 듣는다"면서 "식자재 값도 상승하고 하필이면 연말연시 전기·가스 쓸 일 많을 때 공공요금까지 오르는 건 무슨 경우냐"며 힐난했다.
단골장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 중화요리 전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중국집은 지난 1년 간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짜장면 등 중화요리는 저렴한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 인상 시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집 업주B 씨는 "물가가 올라 폭등한 재료비, 배달 인건비를 대면 남는 게 없다. 자영업자 중 대출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지금도 어르신들은 6000원대인 짜장면을 보고 화를 내기도 한다"고 전해줬다.
자영업계가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 억제에 나서고 있지만 음식 제조에 드는 식자재 값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부담이다. 원자재값 상승에 더해 최근 전기·가스 요금 등 제반비용 인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탕수육 등에 쓰이는 돼지고기(100g)는 지난달 기준 2065원으로 전년 동기(2080원) 보다 23% 올랐다. 같은 기간 요리 활용도가 높은 1.5L 식용유 가격도 4500원에서 7480원으로 66% 급등했다.
경영 비용 부담이 높아지며 고심에 빠진 프랜차이즈 업계는 올 들어 가격인상에 나섰다. 롯데리아는 2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 총 84품목을 대상으로 제품별 평균 200원~400원 올린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새우버거의 단품 버거는 기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각각 가격이 뛴다.
치킨업계는 ‘60계치킨’이 가격 인상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달 10일부터 60계치킨은 전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1일 이후 9개월여 만에 가격 인상이다. 이에 후라이드 치킨과 호랑이 치킨은 각각 1만8900원에서 1만9900원, 2만900원에서 2만1900원으로 오른다.
치킨업계와 함께 지난해 11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수혜 업종으로 주목받던 피자업계는 당장에 가격 인상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미스터피자·파파존스 등 1세대 피자업체들은 지난해 초 일찌감치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카페업계의 가격 인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커피빈 코리아가 오는 3일 카페라떼·바닐라라떼 등 우유를 활용한 음료 가격을 200원씩 올리는 한편, 중저가 커피를 표방한 업체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가성비 커피’로 유명한 저가 커피브랜드 ‘메머드커피’는 이달부터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등 주료 음료 상품 가격을 올렸다. 이에 아메리카노(스몰 사이즈)는 기존 900원에서 1200원으로, 바닐라라떼(미디움 사이즈)는 2800원에서 3100원으로 각각 가격이 뛰었다. 이디야커피 역시 지난해 말 음료 90종 중 57종의 가격을 200원~700원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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