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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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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급 이게 다야?”…매서운 분양 한파에 물량 반토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6 15:07

이달 분양 예상 물량 2만5000가구→1만2000가구로 절반 ‘뚝’



"분양 시장 위축·미분양 심화 속 물량 밀어내기 더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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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분양 한파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내 개관을 앞둔 견본주택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최근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분양 단지 성적이 저조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매서운 분양 한파에 이달 분양 물량도 앞선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이달로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통상 분양 비수기로 불리는 설 연휴가 지나면 분양 물량은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띤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수요자들이 분양 관망세에 돌입했고 건설사들도 청약 일정 연장을 선택한 것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집계한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1만2881가구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 조사에서 분양 예정 물량이 2만5620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당초 예상보다 절반 수준인 49.7%(1만2739가구)가 줄어든 수준이다.

분양 물량 감소는 지난달부터 이어져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난달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2만1989가구였으나 실제 지난달 분양실적은 1만5건에 그쳤다. 54.5%가 줄어든 것이다.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상황이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분양 한파의 가장 단적인 예로 이번 주 전국 분양 물량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1곳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행복주택 1곳에 그친다. 각각 94가구, 850가구에 대해 모집을 진행하지만 무주택자에 한해 신청이 가능한 임대주택의 한 종류로 일반적인 민간분양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일대에 들어서는 ‘서울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오는 8일과 9일 양일간 94가구에 대해 청약 접수를 진행한다. 해당 단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으로 최대 10년간 임대가 가능한 임대주택이다.

LH 행복주택인 ‘부천영상행복주택’은 이날부터 10일까지 5일간 850가구에 대해 청약 접수를 진행한다. 다만 부천시 청년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안정적인 주거지원을 위한 지역전략산업 지원주택으로 지원 대상이 부천시 지역전략산업 종사자로 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분양 시장 분위기를 미뤄봤을 때 분양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 유지, 미분양 증가,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 시장 내 불안요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공급량 조절과 추가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데는 기존 분양 단지들에서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은 0.3대 1에 그쳤다. 전년 동월(12.6대 1)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이처럼 평균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자 건설사들도 분주해졌다.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할인분양, 무상 옵션·경품 제공 등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는 지난 4일 분양가를 10%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10일과 11일 진행한 1·2순위 청약 접수 결과 1150명 모집에 350명만 접수하면서 미달됐다. 앞서 특별공급에서도 627가구 모집에 83명이 접수해 0.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방에서는 계약 시 현금으로 일부 환급해주거나 제주 항공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물량 털어내기 방식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 등으로 분양 성적이 저조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사비나 인건비 상승 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분양가 조정 시 조합과의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선적으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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