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타스/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중러 정상회담을 지켜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거론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중재안’에 대해 겉으로는 코웃음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일부 국가들이 전쟁 피로감 탓에 이 중재안에 동의를 표할까 미 행정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을 공개했다. 12개항으로 구성된 이 입장문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직접 대화와 휴전 등을 촉구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국의 평화 제안을 중요하게 거론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군 철수를 포함하지 않는 정전은 러시아의 점령을 사실상 재가하는 것이다. 무력으로 이웃나라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의 평화 중재안과 관련해 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니 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미국이 중국의 평화계획에 완전히 퇴짜를 놓는다면, 중국은 미국이 휴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내놓든, 중국은 미국을 부정적으로 비치도록 만들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재안을 국제사회가 일부 받아들일 가능성도 바이든 정부 걱정거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우방국들이 중국 중재안에 공감할 확률은 높지 않다. 중국과 가까운 국가라면 중국의 평화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중국은 사우디·이란의 화해무드를 중재하는 등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사실상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경제 규모가 큰 인도·브라질 등은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중국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저울질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이날 "전쟁 피로감과 그것이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며 "올해가 우크라이나전의 전개에 있어서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파벨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특히 "내년에는 미국에 선거가 있고,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경우 중국과 힘겨루기 정도에 머물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만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현재 규모의 지원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벨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이 약해지면 일련의 유럽 국가들의 지원도 약해지리라는 것을 우크라이나는 계산해야 한다"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내년에는 거대하고 많은 돈이 드는 작전을 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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