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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장 게임체인저 SMR] 금융사 참여는 아직…"투자 이끌어내야 시장 성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3 08:53

정부 2028년까지 i-SMR 기술개발에 3992억 투입



금융사 투자는 미온적…"SMR 사업 초기 단계"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투자·협약



"시장 성장, 민간 금융사 투자 선순환 이뤄져야"

SMR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소형모듈원자(SMR)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아직 국내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주도의 SMR 개발 사업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SMR 개발을 통한 구체적인 실증 사업이 미미한 만큼 금융회사들이 뛰어들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SMR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해지고 이를 통해 SMR 시장이 더욱 커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한다.


◇ 정부 2028년까지 i-SMR 기술 개발…3992억 투입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6년간 399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SMR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른 바 혁신형 SMR(i-SMR) 기술 개발이다. 정부는 i-SMR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30년 이후에는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SMR은 전기출력이 300㎿(메가와트) 이하인 소형 원자로다.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했으며, 모듈형으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시간,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설치하기가 수월하다. 또 모든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에 넣어 사고가 발생해도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아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대형 원전과 SMR의 차이.(자료=한국수력원자력)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SMR 글로벌 시장 선점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6월에는 i-SMR 기술개발의 국책과제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신청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됐다. 정부는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해 15일에는 경주시가 SMR국가산단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2030년까지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대에 2030년까지 150만㎡ 규모의 국가산단이 건설될 예정으로 총 3966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혁신원자력 R&D(연구·개발) 거점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해 관련 대학, 기관과 협력하며 SMR 제조산업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금융권 "정부 주도 개발…실증사업 이어져야 참여"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로 110㎿급 원자로 스마트를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후 2019년부터 독자 SMR 개발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후 정부 주도의 SMR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금융회사들의 SMR 사업 투자는 미온적이다. 국내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형 SMR은 이제 개발하는 단계고 현재는 정부 주도로 진행이 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SMR 사업이 어떤 형태로든 운영이 되고 사업성을 따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에 위치한 뉴스케일파워 사무소에서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왼쪽)이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한국기업의 해외 SMR(소형모듈원전) 진출 확대를 위한 금융협력 MOU(업무협약)’를 체걸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재 SMR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민간 기업들이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뉴스케일파워, 웨스팅하우스 등이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미국 SMR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협약을 맺으며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데, 뉴스케일파워와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IBK투자증권은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 웨일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 달러를 한국 기업 최초로 투자했다. 최근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15일(미국 현지시간) 뉴스케일파워와 금융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수은의 금융제도와 뉴스케일파워의 투자계획 등을 공유하고, 뉴스케일파워와 국내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SMR 사업에 수은이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수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뉴스케일파워 경영진들이 수은의 서울 여의도 본점을 찾아 SMR 실증 사업에 관한 두 기관의 금융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수은 관계자는 "SMR 기업은 규제위원회로부터 규제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로부터 인증을 받은 유일한 회사"라며 "이번 협약은 수은의 직접적인 금융투자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수은이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써 앞으로 한국 기업의 SMR 사업 수주 선점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SMR 사업에 대한 금융사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민관이 협력하고 SMR 개발 사업이 실증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금융사들의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민간 금융사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SMR 시장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MR 시장이 커지게 되면 정부 예산이나 정책 금융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 오는데, 민간 금융사들의 투자가 이어져야 SMR 시장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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