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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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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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데이터센터 현장을 가다] "바닷속 데이터센터, 누군가에 미친 짓이 현실로 눈 앞에 다가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6 05:00

① 마이크로소프트사 英 수중 데이터센터 '나틱 프로젝트'



"전세계 인구 절반 사는 해안 인근 설치,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자급자족.고장률은 육상 데이터센터의 8분의 1"


‘데이터센터’가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수도권에 과밀화된 전력 소비를 분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게 목적이다. 데이터센터 4∼5개는 원자력발전소 1개 생산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생산 발전소 인근에 전력 소모가 맡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전력 소비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자급과 송전제약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 배분 방식을 개선할 방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시급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생산은 발전시설이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소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6일 창간 34주년을 맞아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우리 기업·국민들의 이해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선진국 사례로 답을 찾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해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각국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인센티브 등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에너지 수요 분산 등 전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조명하는 게 목적이다. 영국, 일본, 미국 등 데이터센터 선진국을 찾아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모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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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영국 오크니 제도에 위치한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인 ‘나틱 프로젝트’의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 내 데이터센터 서버 캡슐이 바지선에 연결돼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인구의 50%가 해안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바다 근처나 바다 밑에 두는 것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이점이 큽니다. 해저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수중 데이터센터의 개념은 물류, 환경 및 경제적으로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년간의 노력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를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를 이끄는 벤 커틀러(Ben Cutler) 프로젝트 총괄책임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갖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수중에 전술적이고 중요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 데이터센터의 90%가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와 같은 대도시에 위치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도시에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의 과부화는 전세계 공통의 문제점이다. 나틱 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 연안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직원 아이디어 공유 이벤트서 등장…데이터 이동거리 짧아 빠른 웹 서핑 가능"


커틀러 책임은 "수중 데이터센터 개념은 2014년 직원들이 모여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이벤트에서 등장했다. 이 개념은 연안 주민들에게 번개처럼 빠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으로 간주됐다"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안에서 120마일 이내에 살고 있다. 해안 도시 근처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데이터 이동 거리가 짧아지므로 빠르고 원활한 웹 서핑, 비디오 스트리밍 및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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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나틱 프로젝트 총괄책임자 벤 커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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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나틱 프로젝트 팀이 북아일랜드 데이터센터의 해저 배치를 준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의 부두에 묶인 바지선에 모여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셰퍼드 수석 R&D 엔지니어, 샘 오그든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펜서 포워스 수석 기술 직원, 에릭 피터슨 연구원 및 벤 커틀러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그는 시원한 지하 바다 환경이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데이터센터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해저에 밀폐된 컨테이너를 설치하면 데이터센터의 전반적인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며 "육상에서는 산소와 습도로 인한 부식, 고장난 구성품 교체, 온도 변동 등이 장비 고장의 변수 가 많지만 바다 밑에서는 잠수함의 열 교환 배관을 활용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나틱 팀은 2015년 태평양에서 105일간의 구축 기간 동안 수중 데이터센터 개념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2단계에는 물류, 조선 및 재생 에너지 분야의 해양 전문가와 협력해 이 개념이 실용적임을 보여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앞바다 해저에서 조류, 따개비, 말미잘로 코팅된 선적 컨테이너 크기의 데이터센터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8년 봄에 데이터센터를 해저 117피트 깊이에 배치한 이후 2년 동안 팀원들은 데이터센터 서버의 성능과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모니터링해왔다. 다만 2020년 이후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돼 프로젝트 완료 일정도 지연된 상태다.

커틀러는 "우리는 이제 증명을 넘어 우리가 한 일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있다"며 "나틱 프로젝트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 안에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테스트하고 수년간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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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용 선박 안에 설치된 데이터센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 "해저 데이터센터, 육지 데이터센터보다 에너지 적게 들고 고장확률도 낮아"


나틱 프로젝트는 1단계와 2단계로 계획됐다. 1단계 선박은 2015년 8월부터 11월까지 미국 태평양 해안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해저에서 운항됐다. 2단계 선박은 2018년 6월 영국 오크니 제도에 위치한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에 배치됐다. 2단계는 전체 규모의 해저 데이터센터 모듈을 경제적으로 제조하고 전원 투입 결정 후 90일 이내에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나틱 팀은 스코틀랜드의 오크니 제도 해안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물에 잠기게 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원들은 캡슐 안에 있는 서버의 고장률이 2년 동안 배치된 855대의 서버 중 8대만이 고장난 상태에서 육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의 8분의 1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이를 통해 해저 데이터센터가 에너지를 보다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커틀러는 "누군가는 이 프로젝트가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데이터 센터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연구를 수행하는 한 가지 이유는 더 큰 규모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제 나틱 프로젝트 팀은 향후 5년 동안 데이터센터를 모니터링할 것이며 그것은 미래로 가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위한 관광 명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틱 팀이 오크니 제도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모든 에너지를 풍력과 태양열로 100%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커틀러는 "우리는 이미 수중 데이터센터와 해상 풍력 발전소를 공동 배치하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며 "가벼운 바람에도 데이터센터에 충분한 전력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최후의 수단으로 해안가의 전력선은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광섬유 케이블과 함께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난화로 강 하류의 물의 기온이 올라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의 관측에 따르면 기껏해야 앞으로 수십년 동안 수천 분의 일 정도 따뜻해질 것"이라며 "오크니 데이터센터의 전반적인 환경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틱 프로젝트는 사람, 농업 및 야생 동물에게 필수적인 담수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냉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동하기 위해 수중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육상 데이터 센터에서도 이를 수행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커틀러는 "산업계의 트렌드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아닌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배치해야 하는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우리가 완료를 앞두고 있는 해저 데이터센터와 같이 기술 개발을 통해 전세계에서 수요지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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