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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홀린 이유 있었네"…K-콘텐츠 제작 선진화, 넷플릭스가 이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31 14:55

[인터뷰] 이성규 넷플릭스 한국·동남아·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



"韓 콘텐츠 프로덕션 기술 흡수 빨라…K-콘텐츠 수준 높은 비결"

디렉터

▲이성규 넷플릭스 한국 및 동남아시아, 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가 3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흡수력이 빨라요. ‘그런 거 몰라서 안 쓸래요’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써보겠다’는 식이죠.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상대적으로 빠른 덕분에 K-콘텐츠의 완성도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의 한국·동남아·홍콩·대만 프로덕션을 총괄하는 이성규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는 3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K-콘텐츠가 전 세계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기술 수용력’을 꼽았다.

이 시니어 디렉터는 "과거에는 단순히 작품의 스토리나 유명 작가, 감독, 배우들만 집중 조명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작품에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또 그 기술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단순히 촬영뿐만 아니라, 촬영 이후 색 보정, 음향, 컴퓨터그래픽(CG), 믹싱, 후반작업 등이 모두 제대로 이루어져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업계의 관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앞선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만든 K-콘텐츠의 상당수는 돌비 비전(Dolby Vision)이나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공간 음향 기술 등을 도입했다. 이런 기술들은 결과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고,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최적화된 영상과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제작사들도 한국에서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시니어 디렉터가 해외 제작사로부터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한국에선 어떻게 했는지’다.

이 시니어 디렉터는 "제작비를 협의해가는 과정이나 스케줄을 협의하는 과정 등 작품 제작을 위한 전 과정에서 ‘한국에선 어떻게 했냐’고 많이 물어본다"라며 "특히 동남아 프로덕션들은 한국의 제작 방식이나 기술을 도입해오고자 하는 의지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선진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과거 ‘쪽대본’이 난무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사전 제작’이라는 방식이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넷플릭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교통정리’ 덕에 새롭게 생긴 직무도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새로 도입한 ‘포스트 슈퍼바이저(Post Supervisor)’는 작품의 후반 제작 과정과 타임라인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과적으로 작품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포스트 슈퍼바이저의 역할이다.

시니어

▲이성규 넷플릭스 한국 및 동남아시아, 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가 3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 시니어 디렉터는 "과거에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를 꼽았지만, 선진화된 제작 시스템 하에서는 그런 핑계가 나올 수가 없다"며 "작품 제작에 소요되는 적절한 제작비와 시간은 넷플릭스가 제공한다. 미비한 상태로 나오는 작품이 없도록 선진화된 제작 환경을 구축해 콘텐츠 퀄리티를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날부터 6월 2일까지 국내 파트너 프로덕션 및 관련 전공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N 프로덕션 스토리(N Production Story)’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국내 창작자 생태계와 프로덕션 기술 및 노하우가 공유되고, 높은 수준의 한국 콘텐츠 제작을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된다.

이 시니어 디렉터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국내 창작자들과 시각특수효과(VFX)부터 색 보정, 음향 등 세부 전문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라며 "더 많은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K-콘텐츠가 지닌 매력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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