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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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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데이터센터 현장을 가다] 싱가포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2위…해저 케이블 통한 최적의 네트워크 연결 속도 확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9 06:00

③아태지역 넘어 세계로…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하는 싱가포르



현지 구글·에퀴닉스·싱텔 데이터센터 방문…데이터센터 특성상 보안 철저



국토 면적 좁아 외곽서도 빠른 공급…공급 부지 한계 탓 임대료 급등 ‘한계’



‘데이터센터’가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수도권에 과밀화된 전력 소비를 분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게 목적이다. 데이터센터 4∼5개는 원자력발전소 1개 생산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생산 발전소 인근에 전력 소모가 많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전력 소비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자급과 송전제약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 배분 방식을 개선할 방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시급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생산은 발전시설이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소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6일 창간 34주년을 맞아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우리 기업·국민들의 이해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선진국 사례로 답을 찾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해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각국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인센티브 등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에너지 수요 분산 등 전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조명하는 게 목적이다. 영국, 일본, 미국 등 데이터센터 선진국을 찾아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모았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싱가포르(싱가포르) 김기령 기자]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물류 허브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넘어서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출장길에 만난 중국계 싱가포르인 림(Lim)씨는 싱가포르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라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싱가포르에 IT, 금융, 바이오 등 다양한 글로벌기업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량이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다"면서도 "7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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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방문한 싱가포르 동부권에 위치한 한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의 내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글로벌 데이터 시장 2위 차지…아태지역에선 1위


싱가포르는 7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글로벌 데이터 허브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을 빠르게 이끌고 있다. 이 중 구글(Google), 에퀴닉스(Equinix), 싱텔(Singtel) 데이터센터 등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이들 3곳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했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내부 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다 보니 보안을 이유로 내부 취재는 불가능했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IT 서버 운영을 위한 시설로 데이터를 처리·유통·저장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대부분 시스템을 관리한다. IT 시장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각국이 데이터센터 유치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쉬맨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전 세계 55개 시장 중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1년(5위)보다 3단계 상승한 수준이다. 아태지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홍콩과 시드니(호주)를 제치고 1위에 자리매김했다.

쿠쉬맨 앤 웨이크필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까지 2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 중 하나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시장 가치의 약 13%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충분한 전력 공급·해저 케이블 연결성 확보 등 장점


싱가포르는 지리적 위치상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많은 국제 및 지역 네트워크를 수용하는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다.

에퀴닉스

▲미국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Equinix)는 싱가포르에만 5개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방문한 에퀴닉스의 첫번째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인 SG1 외관. 사진=김기령 기자


특히 미국 디지털 인프라 기업인 에퀴닉스(Equinix)는 싱가포르에만 5개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상태다. 에퀴닉스는 싱가포르 중심부에 ‘싱가포르 IBX 데이터센터 SG1·3’를, 서쪽에 ‘SG2·5’를, 동쪽에 ‘SG4’ 등 총 5개 센터를 조성해 싱가포르 내 원활한 네트워크 서비스 연결망을 구축했다. 에퀴닉스가 싱가포르에 구축한 전체 데이터센터 건물 면적만 약 4만7500㎡에 달한다.

에퀴닉스가 지난 2021년 건립한 SG5는 당시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9층짜리 데이터센터로 주목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에퀴닉스의 SG1은 데이터센터부문 BCA-IDA 그린마크 인증을 받았으며 SG2와 SG3는 각각 골드플러스와 플래티넘 상을 받는 등 에너지 효율과 환경 보전 측면에서 인정받았다.

구글도 8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세 번째 데이터센터 운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으며 네이버 클라우드 역시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싱가포르를 선두로 동남아 시장을 글로벌 진출의 허브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로 기업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싱가포르 바다 아래를 통과하는 국제 해저 케이블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 바다 아래에는 16개가 넘는 해저 케이블이 통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대륙 국가와 연결돼 있어 최적의 네트워크 연결 속도가 확보된다.

이외에도 24시간 전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용량이 충분한 점, 건물 형태인 데이터센터 특성상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 등도 싱가포르 시장 성장에 주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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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좁아 외곽에서도 도심까지 데이터 공급 속도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방문한 구글의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국토 면적 좁아 외곽에서도 빠른 공급 속도 유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는 70여곳에 달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전역에 분포돼 있다. IT·바이오산업단지 인근 또는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도심 외곽이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이 최근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사뭇 대조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화 추진에 힘쓰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생명은 빠른 데이터 전달 속도이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수도권 가까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곽에 지을 경우 데이터 전달 속도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모가 많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에 있는 전력 생산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대두되기 시작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좁아 외곽이라 해도 도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말레이 반도 끝 작은 섬으로 이뤄진 도시국가로 국토 면적은 약 728㎢로 우리나라 부산(770㎢)과 비슷한 규모다. 싱가포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차로 1시간 내외면 이동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더라도 도심까지 원활한 데이터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 공급 부지 부족해 임대료 상승…우리나라도 고민해야


다만 국가 면적이 좁은 탓에 앞으로 대규모 건물이 들어설 땅이 부족해지고 있는 점은 한계다. 우리나라 역시 데이터센터를 공급할 만한 부지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싱가포르와 동일한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되면서 싱가포르 내 데이터센터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콜리어스(Colliers)는 ‘2022년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보고서’에서 "앞으로 싱가포르 내 데이터센터 사용을 위해 지급해야하는 금액이 증가할 것"이라며 "전체 데이터센터 임대료는 연간 평균 약 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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