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의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서 줄을 서있는 방문객들. 김다니엘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최근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며 분위기가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지만 지방 청약시장 성적은 수도권 대비 여전히 처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1순위 마감 행진이 한창인 반면, 지방은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는 등 온도차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수도권 분양시장은 상승곡선
16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에 비해 11.3포인트(p) 오른 102.7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었다.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0~200 사이에서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10.3p 상승한 116.2를 기록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줬으며 경기의 경우 지난달(84.4)에서 15.6p 상승한 100.0을 기록하며 기준선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러한 수치를 반증하듯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진행된 청약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2.36대 1로 전국 청약 경쟁률인 8.2대 1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해당 기간 서울에서 청약한 8개 단지는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198.76대 1, 5월 청약을 진행한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두산위브트레지움’은 78.9대 1,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가재울아이파크’는 89.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분양시장 또한 이러한 열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분양한 동대문구 청량리7구역 재개발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88가구 모집에 2만1322명이 몰려 2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특별공급은 85가구 모집에 7879명이 신청해 9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반기 분양시장은 향후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라그란데’, 광진구 자양동 ‘구의역롯데캐슬이스트폴’,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등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주요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밝은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 지방 분양시장 분위기 ‘침울’…반전 가능성?
반면 지방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지방 광역시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에 비해 12.3p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93.7에 그치며 기준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울산(92.3), 부산(78.9), 대구(80)의 수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76.9)의 경우 지난달 대비 15.4p 하락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분양전망지수가 내려갔다.
이 같은 수치를 보여주듯 지방에서는 처참한 수준의 미분양 단지 또한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경남 밀양에 공급된 ‘수에르떼밀양’은 단 한명도 청약을 신청하지 않아 경쟁률 0대 1을 기록하며 청약미달률 100%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경남 거제에서 분양한 ‘한내시온숲속의아침뷰’에는 46가구 모집에 1명만이 신청하기도 했다.
지방 분양시장의 암울한 상황은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나타난다.
지난달 서울의 청약 미달률은 0%였던 반면 경남은 100%, 대구는 91.2%, 제주는 89.7%, 울산은 84.0%의 높은 청약 미달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지난해 분양시장 하락기를 경험한 수요자들이 입지 및 가격적 이점이 있는 단지에만 몰리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양극화는 지방에 이미 적체된 미분양물량과 하반기의 공급물량이 맞물리면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과 지방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입지 요건이 좋거나 분양가가 합리적인 곳은 청약 열기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악성 미분양이 쌓일 것"이라며 "향후 분양시장 양극화는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교수는 이어 "지방 분양시장의 분위기 반전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만약 정부가 악성 미분양에 대해 취득세·양도세를 감면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면 분위기가 조금은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