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열린 ‘전통시장 청년상인 간담회’에서 청년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이 대표는 온라인 판로 개척은 물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비건만두’와 ‘슈가제로 만두’, 국내산 청양고추로 매운 맛을 살린 ‘핵폭탄만두’ 등을 개발해 젊은 고객층의 인기를 얻었고, 현재 월 매출 6000만원 가량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비건만두를 해외로 수출해 오는 2030년 연 100억원, 고용인원 100명을 달성하는 것이 사업 목표"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2. 서울 동대문 경동시장에서 수제그레놀라 전문점 ‘어반파머’를 운영하는 김경수 대표는 처음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불규칙한 프로그래머 업무와 생활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곡물 건강식 전문점 창업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곡물을 볶는 방식에서 벗어나 ‘찌는 방식’을 과감히 도입해 더 고소한 식감의 그레놀라와 쉐이크를 개발해 월평균 4억원의 고수입을 누리고 있다.
청년취업난, 워라벨(일과 여가의 균형) 등의 이유로 부모 또는 지인의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돌아오는 창업 2~3세 청년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MZ 사장님’으로 불리는 젊은 창업가들은 온라인 판로확대, 인테리어 고급화, 젊은층 취향의 건강 메뉴 개발 등을 통해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 급감의 여파로 전통시장 상인 수 감소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 경제의 밑바닥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소상공산업의 중요성이 막대한 만큼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적극 육성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힘쏟고 있다.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가업승계 2~3세 청년상인들이 참석한 ‘전통시장 청년상인 간담회’는 청년상인 가업승계 성공사례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업을 승계한 20여명의 전국 전통시장 2~3세 청년상인들이 개별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경제학, 컴퓨터학, 군인 등 부모 등과 다른 길을 걷던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많았고, 연매출 50억원 이상의 청년상인도 눈에 띄었다.
대전역전시장에서 육류도소매점 ‘대전역고기’를 운영하는 지유정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집안의 정육점 일을 돕다가 부친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2019년 가업을 이어 현재 약 8000만원 월매출을 거두고 있다.
또한, 경기 부천 역곡상상시장에서 ‘한아름곱창’을 운영하는 김민석 대표는 해군에 최종 합격했음에도 부모님의 가업의 승계, 인테리어 현대화 등을 통해 성공했다. 경기 수원정자시장에서 도넛·고로케 전문점 ‘심봉사도로케’를 운영하는 소수창 대표도 제과제빵 명인인 아버지의 가업을 계승해 전국 51개 매장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일궈냈다.
중기부는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긴 어렵지만, 2~3대째 내려오고 있는 상점을 승계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돌아오는 청년상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는 청년 취업난 탓도 있지만, 일에 매몰되는 대기업·전문직 삶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개인생활이 가능한 창업을 선호하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중기부의 분석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생활 속 아이템 창업 등 최근 창업 트렌드의 변화도 한 요인이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청년상인을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 전통시장 활성화의 핵심으로 삼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는 기존 청년상인 가업승계 지원사업은 물론, 이날 청년상인들이 제안한 △대형마트 내에서의 홍보 기회 확대 △전통시장 상인회 내에서의 청년상인 영향력 확대 △전통시장 2층 점포 활성화 등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전통시장 상인이 과거 영세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며 "올해부터 라이콘(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사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인 만큼 여기에서 2~3세 가업승계 청년상인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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