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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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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규 원전, 해법은 이익공유 모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5 08:13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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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전남 신안군의 인구가 증가했다. 1004개 섬을 보유하며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고위험군에 포함됐던 신안군의 인구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 증가는 전국 최초로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 효과다. 쏠라시티발전소가 자리잡은 안좌면은 38명, 이웃한 지도읍은 51명의 인구가 순 유입됐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태양광 이익공유 정책이 인구 유입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만 30세 이하는 전입 때 바로 태양광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청년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적 인센티브와 인구유입의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는 다른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군산시와 서부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새만금육상태양광 2구역 사업, 지역 번영회와 이익공유 및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는 한국난방공사의 강원도 정선 태양광발전소,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를 이끌어낸 남동발전의 ‘해창만 수상태양광’ 등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이제는 지역상생 모델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기본이 됐다.

이익 공유제는 지역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한 공기단축과 금융비용 절감, 지역업체의 사업참여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익공유 약속이 없는 양수발전소도 비슷하다. 전체 인구가 1만6000명으로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영양군은 양수발전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범 군민 유치위원회가 설립됐고, 지난 8월에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수 백억원의 지역발전 지원금 확보, 연간 14억원의 지방세 수입등 직접적인 혜택과 함께 장기적으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10여년 전 영양댐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익 공유, 지역상생 컨셉트의 효시는 아니다. 십 수년 전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원전사업의 민간 참여를 추진했었다. 전문인력을 스카웃하고 회사 내에 원전사업 조직을 만들었으며, 민자원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대대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2030년까지 신규원전 규모가 400여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시기였다. 당시 필자가 정부에서 위탁 받아 수행한 과제가 ‘원전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간참여 타당성 연구’다. 몇 가지 방안이 검토됐지만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호응을 받았다. 대안의 핵심 중 하나가 원전사업을 개방해 SPC에 지자체(주민)를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지자체가 부지 제공 등의 투자를 통해 주주가 되고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후쿠시마 사고 후 12년이 흘렀다.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안보와 탄소배출 저감,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보완 수단으로서 원전이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도 ‘실행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재정립’을 목표로 원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기착수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이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이 반영되면 당장 착수해야 하는 일이 지역의 수용성을 전제한 원전입지확보다. 원전 수용성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역 이장협의회의 원전유치 플래카드가 걸리고 자생적 친 원전시민단체가 생겼으며 반원전 시위에 맞불 집회가 열리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은 SMR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해소하고 조기에 사업화를 추진하려면 SPC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0여 년 전 필자의 구상과 같다. 굳이 이익공유, 상생 등의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도 원전 소유형태는 국영, 공영, 민간 또는 혼합형태가 혼재 할 뿐 아니라 소유와 운전이 분리돼 민간 또는 지자체가 원전사업에 지분참여할 수 있다.

과제 수행 당시 에너지 전문변호사의 자문보고서 중 일부이다. "현행 전기사업법 하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는 동법이 정하는 허가의 요건을 구비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밖에 원자력안전법 등에서도 발전용 원자로 등의 건설허가는 공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법률적 관점에서 지자체나 민간의 원전산업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이익 공유, 지역상생 모델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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