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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전 사장, 국감서 '구조조정' 공식화에 촉각…"근본 문제 외면" 비판 거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8 10:39

김 사장, 취임 직후 ‘회사 상주’선언하며 전기요금 인상, 구조조정 의지 피력



방문규 산업부 장관, 줄곧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구조조정 후" 거듭 강조



한전 내부 "전원 해고해도 적자해소 안돼, 근본 문제 해결 대신 책임 전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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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비상경영·혁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한전 등 16개 에너지공공기관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전의 자산매각, 인력 감축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정감사와 12일 공기업 경영점검회의는 물론 언론매체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보다 뼈를 깎는 한전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김 사장 역시 취임 직후 ‘경영 정상화 전까지 퇴근하지 않겠다’며 추석 연휴에도 국감을 대비해 속성으로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오는 4분기에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 이상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 장관이 ‘(先)구조조정’ 입장을 고수하자 "인력 효율화와 매각 가능한 자산 발굴 등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특단의 2차 추가 자구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제시한 임금동결, 자산매각을 넘어 희망퇴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번에는 피감기관 수장으로 산자위 회의실을 찾게 됐다. 김 사장은 산자위원장 당시에는 ‘한전 등 공기업 부실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무분별한 자산매각은 안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달 한전 사장 취임 직후에는 본인부터 24시간 근무를 천명하는 등 ‘내부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한전 내부·에너지업계 "구조조정은 근본 해결책 아냐"

다만 한전 내부 직원들은 물론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방 장관과 김 사장의 ‘자구노력’ 드라이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전 내부 직원들은 사업소 외벽 게시물과 익명 게시판 등을 통해 ‘기재부가 책임을 전가한다’, ‘직원 2만명 연봉 1억으로 계산해도 2000억원, 47조원 적자 매우려면 25년 동안 직원 없이 운영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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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전 지역본부 외벽에 걸린 현수막. 사진=에너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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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재한 구조조정 관련 게시물.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5조3000억원 재정건전화 계획 초과달성했으며 올해 목표도 이미 보고했다"며 "인력 재배치·임금 조정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더 이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발전공기업들은 이미 석탄화력 사형선고로 주력사업 개편이 불가피하고, 여전히 산업 전환에 따른 노동자 일자리 문제 대책이 미비한 가운데 갈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반면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줄곧 고유가·에너지믹스 변화에 의한 대규모 적자 발생, 해외투자로 인한 자산손상, 저수익성 사업구조에 의한 손실 누적을 원인으로 분석, 자구노력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기재부는 수익성 제고 및 비용구조 분석을 통한 지출 효율화, 사업구조 조정 등 고강도 처방을 내 놓았고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요구했다. 이행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전  25조원 규모 자구노력안 주요 내용
자산 매각여의도 남서울 본부 매각 혹은 임대
강남 한전 아트센터 일부 임대
임금 반납2직급 이상 임직원 임금 인상분 전액 반납
한전 3직급  직원 임금 인상분 50% 반납
성과급 1직급  이상 전액, 2직급 50% 반납
전 직원 동참  추진
인력 혁신496명 정원 감축
1600명 필요  인력, 기존 직원 재배치로 충당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국정감사는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에게 고통의 시간"이라며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공기업 방만 경영이다. ‘적자 공기업 연봉·성과급 잔치’가 단골메뉴다. 방만경영도 공기업 부실화의 원인이겠지만 주범이 될 수 없고 그 비중은 아주 작다. 방만경영이 있었다면 정부도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부분 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에너지 공기업의 투자 규모와 가격을 주물러 손쉽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경향은 어느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세금을 쓰려면 정부 예산편성에 반영되어야 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쉽지 않다. 하지만 공기업은 인사권을 가진 정치인에게 고분고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공기업은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업계에서도 당장 4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한전의 유동성 위기로 전력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결국 4분기 전기요금은 물론 내년 기준연료비도 대폭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연말연초에 한전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경우 발전회사들이 당장 올해 연말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전력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일단 한전이 한 달 정도는 외상으로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미 누적된 적자로 한전채 발행한도가 여의치 않은 만큼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미 빚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유 학장은 또 "에너지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기요금 규제 거버넌스 구축, 송전망 확충과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력시장의 위기는 상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전력시장 정상화 없이는 원전 확대를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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