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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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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마을교육자치 6년, 미래60년 시흥교육 준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2 21:49
[시흥=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 기자] 아이들이 학교 교육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시험을 위한 학습이 아닌 삶의 원동력이 되는 배움은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연대와 실천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많은 지방정부가 마을을 교육주체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흥시는 전국 최초로 ‘마을교육자치회’를 구성해 학교와 마을의 다양한 교육주체가 마을교육 문제와 마을이 꿈꾸는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

시흥마을교육자치회- 장곡중학교 모둠 활동

▲시흥마을교육자치회- 장곡중학교 모둠 활동. 사진제공=시흥시

시흥마을교육자치회- ‘우리는 연성동 시민과학자’ 활동

▲시흥마을교육자치회- ‘우리는 연성동 시민과학자’ 활동. 사진제공=시흥시

◆ 학교로 들어간 마을교육자치회…특성화 교육 다양

시흥마을교육자치회는 2018년 교육부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 사업’에 선정돼 장곡동-정왕동-군자동 3개 동에서 시작했다. 마을교육자치회 6년차를 맞이한 올해까지 정왕1-3, 신천, 은행, 매화, 배곧1-2동 등이 추가되면서 관내 모든 동이 마을교육자치회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각 동 마을교육자치회는 교육의제 형성, 마을교육계획 수립, 마을교육과정 발굴-시행 등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특히 시흥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에 나이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장곡마을교육자치회는 주민자치과정 이해와 모둠활동 등을 장곡중-고교 수업과정에 포함시켰다. 학생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안서를 작성하고, 주민참여예산 투표에 참여하며 2024년 마을자치계획사업 수립에도 목소리를 냈다.

연성마을교육자치회는 연성동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수업을 학교 교육과정으로 진행했다. 올해 연성동 3개 초등학교 4학년 7개 반이 연성동 생태탐방 및 탐조활동을 진행했고, 마을동아리 ‘우리는 연성동 시민과학자’ 활동을 통해 매월 연성동 곳곳의 생태를 관찰-기록하고 있다.

신현마을교육자치회는 농업 기반인 마을 특성을 활용해 포리초등학교와 농촌체험 교육과정을 운영했으며, 정왕1동마을교육자치회는 시화초등학교와 함께 시흥 역사-문화-생태를 바로 알기 위한 ‘청소년들아, 골든벨을 울려라’를 교육과정으로 진행해 마을을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시흥마을교육자치회- 교육수다방

▲시흥마을교육자치회- 교육수다방. 사진제공=시흥시

◆ 마을주민 소소한 수다로 시작된 교육 변화, ‘교육수다방’

마을교육자치회 또 다른 기능은 바로 ‘수다’다. 마을교육자치회는 주민이 바라는 우리 마을 변화를 위해 다양한 구성원 의견을 모으는 ‘교육수다방’ 역할을 수행한다. ‘교육’을 주제로 학부모-학교 교사-청소년-마을교사-아빠-다문화-학교밖 청소년 수다방 등 20개 교육수다방이 운영 중인데, 77회 모임이 이어졌다.

교육수다방을 통해 성교육, 다문화, 안전, 진로 등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와 의견이 마을교육 의제로 선택됐다. 이 중 마을주민이 선별한 주요 의제는 의제실험실(시범사업)과 특화사업(실천사업)으로 진행되며 주민총회 안건으로 상정돼 주민자치계획에 반영되기도 한다.

대야-과림마을교육자치회는 ‘아이들 경제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요 의제를 환경교육과 연계해 ‘자원순환 골목축제: 댓골마을 차차차’를 진행했다. 초-중학생과 학부모가 자원을 활용한 체험, 유가보상, 쓰담달리기(플로깅) 등에 직접 참여하며 자원순환활동이 하나의 마을문화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왕2동마을교육자치회는 ‘초-중-고등학교가 연결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제를 ‘청소년이 마을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로 확장해 ‘청소년 체인지 메이커’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 직접 마을지도를 제작했으며, 마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한 곰솔누리숲 산책로 조성이 실제 시정에 반영되는 쾌거까지 이뤘다.

특화사업은 권역별로도 진행된다. 배곧과 정왕동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권 마을교육자치회는 공통 의제인 ‘청소년의 진로-진학’을 통해 ‘마을기반 대학생 멘토링 및 직업체험’을 진행한다. 소그룹 청소년이 마을 대학생-직업인과 소통하며 솔직하고 자세한 진로-진학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흥마을교육자치회- 교육자원조사 활동역량 강화 연수

▲시흥마을교육자치회- 교육자원조사 활동역량 강화 연수. 사진제공=시흥시

◆ 마을교육자원조사 결과물 청소년 진로탐색 지렛대로 활용

각각 마을은 서로 다른 자원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마을교육자치회가 마을교육 특성을 살리고 더 탄탄하게 운영되려면 마을이 가진 교육자원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마을교육자치회는 매년 시흥 교육자원 조사를 통해 교육기관, 프로그램, 공동체 등 마을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발굴하고 있다. 마을교육자치회별로 2~3명 마을활동가가 역량 강화 연수를 통해 자신이 사는 마을의 교육자원을 파악하는 조사원으로 활동한다.

2022년에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752개 교육기관과 단체를 조사-분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조사 영역을 확대해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8697개 민간기관 프로그램 현황 조사를 완료했다. 하반기에는 청소년 대상 신규 교육기관 발굴과 프로그램을 조사에 집중할 계획이며, 이렇게 발굴한 교육자원은 청소년이 마을 안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경험하는 활동에 활용될 예정이다.

시흥마을교육자치회- 방과후 코디네이터 반려동물 관리사 프로

▲시흥마을교육자치회-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반려동물 관리사 프로그램. 사진제공=시흥시

◆ 마을에서 경험하는 진로체험 ‘방과후 플랫폼’ ‘방과후 코디네이터’

시흥교육자원조사를 통해 발굴한 마을교육자원은 시흥시 중-고등학생의 다양한 진로 체험과 배움에 활용된다. ‘마을기반 방과후 플랫폼’ 사업은 마을-학교로 구성된 4개 플랫폼(대야-과림, 목감, 장곡, 정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작년 바리스타, 영어통번역가, 반려동물 관리사 등 53개 프로그램에 6651명(누적인원 기준)이 참여했다. 올해는 청소년 주도성을 높이고, 진로 분야를 확대해 기존 마을도전형(청소년 욕구 조사 기반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과 학교도전형(관내 중학교 교과과정 내 진로 동아리 지원)과 청소년도전형(청소년 주도 진로 연계 프로젝트 운영)을 추가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마을교육자치회 방과후 코디네이터는 청소년이 생활권에서 취미나 여가를 위한 교육을 넘어 깊이 있는 진로체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을교육자원을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마을교육 주체인 청소년이 마음껏 배우고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실천으로 청소년응원도 마을교육자치회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시흥마을교육자치회는 이처럼 학교와 연대해 마을주민이 원하는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학교와 마을의 연대를 더욱더 강화해 마을 안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마을교육, 동별 맞춤형 마을교육, 주민이 체감하는 마을교육을 목표로 ‘교육도시 시흥’을 만들어가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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