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한미반도체가 지난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측은 주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규모 배당을 발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업계는 이익 감소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설명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미반도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82%(-8500원) 하락한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676억5500만원을, 기관은 95억800만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다만 개인은 776억4300만원을 순매수하며 엇갈린 모습을 나타냈다.
◇3분기 어닝쇼크 ‘발등에 불’
한미반도체의 주가 하락은 3분기 어닝쇼크 실적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10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2% 감소한 311억9900만원, 영업이익은 91% 급감한 29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시 직후 한미반도체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10%)를 기록했다.
3분기 어닝쇼크 배경에 대해 증권업계는 내부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충당금 설정과 MSVP(microSAW & VISION PLACEMENT) 장비의 매출 인식 지연 등으로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의 충당금 규모로 약 40억원~50억원 수준으로 전망 중이다.
주가가 하락하자 회사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개장 전 공시를 통해 올해 주당 42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약 40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배당 기준일은 3월 7일이다. 12월 결산법인은 대부분 12월 31일이 배당 기준일이지만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기준일을 변경했다. 내년 3월까지 주식을 들고 있어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공시를 보면 배당률이 액면가(100원)의 420%라고 적었다. 통상 배당률은 액면이 아닌 시가를 적용한다. 투자자들은 내가 가진 주식의 현재 가격에서 몇 퍼센트를 배당으로 받느냐에 관심이 크다. 액면배당 숫자가 커보이지만 실익과는 무관하다는 거다. 주가 5만800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시가배당률은 0.72%에 불과하다. 꼼수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증권사들 "내년 실적개선 이어질 것"
3분기 실적악화에도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BM의 시장 확대로 회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열압축 본딩작업(TC Bonder)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3사의 실적발표에서 확인된 HBM 투자 확대와 시장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내년 HBM 시장은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의 TC Bonder의 추가 수주 및 신규 고객사 확보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도 "단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TC Bonder에서 고객사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면, 내년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보다 확장될 수 있다"면서 "그 가능성을 감안하여, 목표주가를 기존 6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상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