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종희 KB금융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된 후 양종희 차기 회장이 주주들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금융지주가 9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고 새 시대를 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뒤를 이어 바통을 이어 받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20일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양종희 차기 회장의 첫 과제는 금융권 최대 이슈인 ‘상생금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과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 디지털·비은행 강화 등의 숙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양종희 회장 사내이사 선임…‘상생금융’ 첫 과제
KB금융은 17일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KB금융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양 내정자는 오는 21일 공식적으로 취임해 회장으로써 업무를 시작한다.
앞서 20일에는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들 간 간담회에 양 내정자가 참석하며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다. 당초 이 간담회는 지난 16일 열릴 예정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참석하려고 했으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연기가 되며 양 내정자의 상견례 자리가 됐다.
이 간담회는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수장이 모여 상생금융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열린다. 은행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사회적 책임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서민금융 역할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이에 따라 양 회장의 첫 번째 과제도 상생금융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후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금융사들은 당국이 만족할 만한 상생금융 방안을 강구 중이다. 앞서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1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당국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리딩금융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른 금융그룹 보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과의 만남 이후 구체적인 방향에 따라 KB금융도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양 내정자는 지난 9월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기업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었지만 앞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되고 조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에 더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
◇ 당국과 관계 설정…부코핀 정상화 등 숙제
금융당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양 회장의 과제다. 앞서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깜깜이 인사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만들지 않았으나 금융당국은 100% 만족하지 못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의 차기 선출 과정에 대해 "KB금융이 노력한 것 맞다"면서도 "선임 절차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한 후 후보군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 평가 기준을 정했다"고 일침했다.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내부통제를 문제 삼으며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KB금융 또한 지난 8월 KB국민은행에서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직원들이 적발된 바 있다. KB금융이 금융당국 요구에 맞도록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고, 당국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양 내정자가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부코핀은행 정상화는 양 내정자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이 해외 시장 강화를 위해 2018년 지분을 취득했으나, 코로나19로 당초 예상보다 정상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민은행의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진다. 부코핀은행의 올해 3분기 순손실 규모는 958억원이다.
디지털과 비은행 강화도 그룹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다. 디지털 부문은 ‘넘버원(No.1) 금융플랫폼’을 목표로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을 수퍼앱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비은행 부문은 양 내정자가 특기를 발휘해야 할 부분이다. 양 내정자는 그룹 최초로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회장이다. 특히 은행에 대한 견제가 심한 분위기인 데다 앞으로 은행의 핵심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비은행·비이자이익의 성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분기 KB금융에서 이자이익 비중은 매출의 70%의 이른다.
양 내정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주주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와 윤종규 회장이 추진해 온 중장기 자본관리 방안과 주주환원에 적극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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