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굴뚝의 못,ㅂ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4차 탄소배출권 기본계획’의 정부 정책 수립 방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출권 시장은 올해 배출권 거래분인 KAU23의 입찰경매가 지금까지 모두 미달될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오는 2026년부터 시행되는 4차 배출권 기본계획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대로 줄이도록 배출권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배출권 구매비용이 저렴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고 그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26일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을 포함해 총 5번 열린 KAU23 경매시장은 모두 입찰모집물량보다 입찰참여물량이 적어 미달됐다.
배출권 경매시장은 환경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돈을 받고 할당하는 방법이다. 환경부는 경매시장에서 얻은 수익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쓴다.
KAU23 경매시장의 모집물량과 참여물량은 각각 △지난 7월 215만톤, 79만8500톤 △8월 215만톤, 79만8000톤 △9월 307만톤, 94만2000톤 △10월 307만톤, 95만8500톤 △이달 307만톤, 119만7800톤이다.
배출권 경매시장의 모집물량에서 참여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입찰참여비율은 한번도 40%를 넘기지 못했다. KAU 경매시장의 참여비율은 △지난 7월 37% △8월 37% △9월 31% △10월 31% △11월 39%이다.
배출권 경매시장의 입찰이 계속 미달되는 이유는 기업들에게 할당되는 배출권의 유상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차 배출권 기본계획(2021∼2025) 동안 기업들의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은 최대 10%이다.
이 마저도 기업들에 3차 배출권 기본계획 동안 적용된 실제 유상할당 비율은 약 4.4%로 분석된다.
기후환경단체인 사단법인 플랜 1.5의 최창민 변호사는 "낮은 실질 유상할당 비율은 낮은 배출권 가격과 함께 유상할당 수입이 감소하는 원인"이라며 "지난 2022년 유상할당 수입은 3188억원으로 당초 계획 7306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와 내년 수입은 더욱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열린 배출권 경매시장의 낙찰가격은 톤(t)당 1만원이다.
최 변호사는 "국내 한 기업은 미래 배출권 가격을 높은 수준(최소 t당 약 5만원)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가격이 계속 낮게 유지되면 기업들이 배출권 감축 투자사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배출권을 발전사와 제조기업 등에 공짜로 배분하지 말고 돈을 받고 파는 유상할당의 비율을 높여야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적극 투자할 것이라는 의미다.
플랜 1.5는 전환(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지금보다 훨씬 높은 100%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미국과 캐나다처럼 100%로 상향해야 한다"며 "전환부문 100% 유상할당에 따른 전기요금은 인상분은 킬로와트시(kWh)당 9.79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년 동안 전기요금이 51.0원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이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배출권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의 경영부담을 키우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함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발전사들에게 배출권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력도 사와야 하는 의무도 지고 있다"며 "발전사들은 재생에너지전력을 최대한 싸게 사라고 압력을 많이 받는다. 배출권도 그렇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