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불발됐지만 재계는 지원 활동 과정에서 전세계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각국을 돌며 수천명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 비즈니스 협력 강화를 도모했다.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삼성’, ‘현대차’ 등 우리 제품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국내 12대 그룹은 작년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여간 물심양면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 기간 우리 기업인들이 방문한 국가는 175개국에 이른다. 이 곳에서 만난 정상, 장관, 기업인 등 고위급 인사만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한 ‘경제외교’도 펼쳤다. 이를 통해 상당수 기업들이 사업 협력 기회 창출, 새로운 시장 발견, 공급망 확대 등 결실을 얻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엑스포 개최지 선정 관련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편중됐던 기업들의 시야를 중남미,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 등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국가를 직접 방문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부산엑스포의 강점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청소년 창의력 양성 프로그램인 ‘솔브 포 투모로우’, 청년 취업 지원 기술교육 프로그램인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등 사회공헌활동을 각국의 유치 교섭활동에 활용했다.
삼성은 사모아, 통가, 피지, 동티모르, 필리핀, 쿡 제도, 투발루 등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레소토에는 삼성 제품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서비스센터를 신규 열었다.
▲삼성전자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지역이 결정될 때까지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 부산엑스포를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
▲현대차그룹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지역이 결정될 때까지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아트카를 운영했다. |
현대차그룹은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엿봤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회성 접촉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국가들과 △CSR △자동차부품 △광물자원 △EV 충전 인프라 △철도·소형모듈원전(SMR)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유대관계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저개발국 자립지원 사업인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를 올해 알바니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3개국에 신규 론칭했다.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과정에서 추진된 상호 협력의 결과물이다.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이 있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인근 국가들과는 부품 수급 다변화를 위한 신규 협력사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안정적인 부품 공급체계 구축도 기대된다.
SK그룹 역시 이번 유치전을 통해 경영 시야를 확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우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특히 비즈니스 인맥을 많이 쌓았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급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개에 이른다.
LG그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케냐와 소말리아, 르완다 등을 담당해 ‘경제 외교’를 시도했다. 롯데는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대상으로 유치전을 펼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유치과정에서 추진한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 사업은 결과와 상관없이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상대국과 진성성 있는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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