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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먹통 코리아’ 오명 벗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4 15:01

정희순 산업부 기자

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가 전산·통신망의 잇단 장애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전용 행정망 마비를 시작으로 국가 전산망에 발생한 장애는 총 6차례. 정부는 뒤늦게 범정부 대책 TF를 발족해 다음 달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무능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꼬박 하루 동안 각종 증명서 발급과 수당 신청 등 1300여 가지 항목의 행정 서비스가 마비됐는데, 빠른 복구는커녕 국민들은 영문조차 몰랐다. 정부의 긴급 안내 메시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발표한 것도 사태 발생 8일 만이다.

사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전산망 마비로 인한 ‘먹통’ 현상은 최근 몇 해 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2021년 10월에는 1900만명이 사용하는 KT 통신망이 멈추면서 점심시간 식당의 카드 결제부터 증권사 거래까지 ‘먹통’이 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 됐다. 지난달에는 LG유플러스의 유선망에 문제가 생겨 일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먹통 사태’로 따끔한 질책을 받은 기업들이 경험을 통해 세운 대응 매뉴얼의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빠른 복구 △이용자 공지 △정확한 원인 규명 △적절한 피해 보상 등이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영 시원치 않게 느껴지는 것도 결국 이 요소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따끔하게 질책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KT는 ‘먹통’ 사태 당시 약관상 배상 기준(연속 3시간 이상 장애)에 못 미치는 1시간 30분가량의 통신 장애에 대해, 10배에 달하는 고객 요금을 감면하는 400억원 규모 보상안을 내놨다. 카카오는 당시 대표이사가 사퇴했고,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5000억원대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도 유선 인터넷 접속 장애 피해자들에게 당일 요금과 장애시간 10배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피해를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민간에만 엄격한 ‘내로남불’ 정부는 아니길 바란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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