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서든 데스’를 언급하며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을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성원들에게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환경을 엄중하게 진단했다.
SK그룹이 ‘변해야 산다’는 절실함 아래 연말 혁신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 전체를 교체하고 그룹 ‘2인자’를 새로 뽑는 등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께 인사를 단행한다. 60대 CEO 라인업을 50대로 재편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그룹 쇄신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 4인 중 상당수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전원이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회장이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 화두를 7년만에 다시 꺼내든 만큼 CEO 라인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당시 그룹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연말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SK㈜ 사장이었던 조 의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책임지게 됐고, 김준 SK에너지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각각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이끌기 시작했다. 60대였던 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2선으로 물러났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가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내고있고 통신·정유 등 본업은 각종 외부 변수와 정치리스크 등에 노출된 상태다.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사적으로 사활을 걸어온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한 것은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을 넘어 SK그룹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0년생인 조 의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며 그룹 ‘2인자’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조 의장이 물러날 경우 이 자리를 누가 맡을지에도 재계 이목이 쏠린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조 의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다. SK디스커버리는 산하에 SK가스, SK케미칼, SK플라즈마, SK디앤디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그룹이 혁신인사의 방점을 ‘사촌경영’에 찍게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부회장단이 물러나는 자리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등이 채울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LG 등이 연말 인사에서 안정에 무게를 뒀지만 SK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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