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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사랑해서 미워하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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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사랑해서 미워하고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인류는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세세하게는 너무도 다른 개인들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많은 문제들은 여러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젠더 갈등,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등,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사태에서 비롯한 갈등들은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해 사건 등과 같은 흉악 범죄 사건들로 번져갔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 사람을 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개인을 규정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 사람의 생김새와 말투, 행동, 습관 등이 있다. 이는 그 사람의 특별한 유전적 요인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결정될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2만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수도 적지 않지만 각각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형태, 그리고 그 많은 유전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 발현되는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천차만별하게 되는 원인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의 가족을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며, 가족은 삶의 많은 부분을 같이하게 된다. 즉, 가족을 알아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두루 살펴본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한 사람의 가족과 그 안에서의 관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70대 엄마와 40대 두 딸의 이야기를 엮은 ‘사랑해서 미워하고’가 이 사회에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세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가족이라서 서로가 얽혀 있다. 하나의 사건은 둘 혹은 세 저자 모두에게 얽힌 일이며, 같은 사안을 엄마라서, 딸이라서, 혹은 언니, 동생이라서 받는 각자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가족이란 단어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것이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사랑이 넘쳐 흐르는 기분이 드는 가슴 찡한 단어. 그런데 또한, 가족이라서 가슴 아픈 일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남이라면 연을 끊고 서로 만나지 않으면 될 문제들도 가족이라서 끊어내지 못하고 결국 미워하게 되고 마는 사이.

‘사랑해서 미워하고’의 저자들은 70대의 엄마와 40대의 두 딸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을 글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서로간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가족이라서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는 복잡한 관계에 관해 서술한다.

어린 시절,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동생의 다리에 연필심을 박아 넣고,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 하는 동생에게 엄마에게 비밀로 하자며 타일렀던 언니, 위로 언니와 아래로 남동생이 있는 중간에 낀 둘째라서, 그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언니의 둘째에게 남몰래 한번이라도 더 애정을 전하는 동생, 그리고 이들의 어린 시절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기에 길러낼 수 있었지만, 그래서 상처를 줬어야 했던 엄마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가족이라서 너무나도 비슷하지만, 또한, 너무나도 독립적인 세모녀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 가족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것이다. 특히 모녀와 자매간의 관계에 관해 여러 감정이 드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목 : 사랑해서 미워하고
저자 : 김창경, 김선연, 배숙희
발행처 : 책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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