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알뜰폰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알뜰폰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을 또다시 두드릴 경우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알뜰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산업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최근 내부에 알뜰폰 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알뜰폰 사업 진출을 타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통신 3사에 가상망임대사업(MVNO) 관련 제안서를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리브모바일(리브엠)’이라는 브랜드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인정하기로 했다.
알뜰폰이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리브엠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까닭은 알뜰폰을 통해 유입된 고객이 자사에서 금융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브모바일에 가입하려면 KB국민은행 입출금 계좌가 있어야 하고, 주거래 은행으로 설정하거나 카드 이용 실적이 있는 경우 월 통신 요금을 할인해 준다. 은행 입장에선 알뜰폰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를 올릴 수 있다.
통신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에 탄탄한 영업망까지 갖춘 금융권의 사업 진출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과거 리브모바일은 망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선보여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혈 경쟁’을 야기해 결국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만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휴대폰 판매 및 대리점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KDMA 측은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돼 이제 중소 이동통신유통업체들은 고사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은행의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과 같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반드시 법 규정에 의거해 추진돼야 한다. 법에 의해 부수업무로 지정하더라도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불공정하게 가입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없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알뜰폰업계에 진출하면서 무리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알뜰폰의 전체 시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소비자가 금융권 알뜰폰에 기대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을 키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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