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채권형 랩·신탁 불법거래 관련 집중 점검 결과 중대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금융감독원 표지석.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불법거래와 관련해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인 9개 증권사 모두에서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관련해 중대 위법 사실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를 집중 점검해왔다. 조사 결과 증권사들은 △제3자 이익 도모 △사후 이익 제공 △기타 주요 위법사항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다수의 고객자산을 집합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목적과 자금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돼왔다.
랩·신탁 운용 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A증권사의 불법 자전거래 사례. 금융감독원 |
금감원은 9개 증권사의 관련 혐의자 30여명을 적발하고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사후 이익을 제공한 사례도 발견됐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상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증권사가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일례로 B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난해 11~12월 사이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또 C증권사는 자사에 설정한 펀드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 사이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해주는 방식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계약조건 위배, 동일 투자자 계좌간 자전거래, OEM펀드 운용 등 위법사실도 적발됐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과의 계약으로 정한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 랩·신탁을 운용하거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동일 투자자의 랩 계좌 간 위법 자전거래를 했다.
아울러 고객자산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 CP를 고가매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랩·신탁 운용 시 증권업계 차원에서 편입자산의 만기 불일치 및 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가격 등에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하고 랩·신탁 계약체결·운용·환매 과정에서 투자자 자기책임원칙도 준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투자자들 역시 랩·신탁은 실적배당상품이므로 증권사에 과도한 목표 수익률 제시를 요구하거나 이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며 "운용보고서 및 계좌 조회 등을 통해 자산의 내역, 만기 등을 수시로 확인해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로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가격 산정과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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