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증권사 주가가 올 한 해 대부분 상승했다. 연내 금리 인상 랠리가 멈추고 증시 거래대금이 회복되며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잔존하겠지만, 투자금융(IB) 등 주요 사업 부문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KRX 증권 지수는 작년 폐장일(12월 29일) 대비 16.37% 오른 646.6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동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6.86%)과 비슷한 수준이다. KRX 증권 지수는 증시에 상장된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지수로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 11개 종목이 포함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랠리가 시작되고 ‘레고랜드 사태’ 등 악재를 맞은 작년에는 대부분의 증권주가 하락세를 맞았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멈추고 테마주 위주로 거래대금이 회복되며 증권업종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려 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기준 별도 영업이익 총합은 7조6871억원으로 지난 2021년(10조5745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작년(5조5735억원)보다는 크게 회복했다.
동 기간 주식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 중 16개사의 주가가 올라 증권업황 회복을 실감케 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52.14%), 한화투자증권(42.13%), 다올투자증권(39.64%) 등 중소형사들의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여파로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증권사들이었지만, 채권 회수 계획이나 구조조정 등 자정 노력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 여전히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아 내년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해야 할 종목들도 많았다.
대형사들의 선전도 만만치 않았다. 미래에셋증권(21.71%), 삼성증권(21.14%), NH투자증권(16.42%), 키움증권(16.07%), 한국금융지주(12.57%)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였다. 대형사의 경우 중소형사에 비해 PF 의존도가 낮고 선순위 우량 채권으로 구성돼 있어 부실채무 우려가 적다. 또한 브로커리지 비중이 커 올해 증시 거래대금 증가 혜택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는 금리가 안정되고 하반기 금리 하향 기대감도 피어남에 따라 증권사들의 IB·트레이딩 실적이 개선, 주가 부양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F 충당금 등 부동산 관련 우려는 잔존하겠지만, 다시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규 딜이 재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단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시장 악화 위험이 구체화되며 증권사들의 위험관리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의 PF 대출 잔액은 약 5조5000억원으로 타 금융에 비해 적으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기 전까지 후순위성 및 브릿지론 등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중점적으로 취급해 17.3%의 연체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에 대한 직접적인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이겠지만, 전체적인 사업장 수익성 저하에 따른 본PF 전환 지연과 이에 따른 기존 자산 부실화 및 수수료 수익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내년 PF 시장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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