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항공사들이 탄소중립 트렌드의 영향을 받으면서 정유업계도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은 2021년 1억8660억달러(약 2355억원) 수준이었으나 2050년 4000억달러(약 520조원)를 넘길 전망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자국 공항에서 연료를 넣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바이오항공유를 2% 이상 혼합해야 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에서 사용·판매되는 바이오항공유 사용시 세액공제 및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
SAF는 폐식용유·사탕수수·바이오매스·해조류 등을 활용해 만드는 것으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 기존 제트 연료와 최대 50% 혼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유사들은 친환경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등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SAF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5년부터 연간 50만t 규모의 SAF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SK 탱크터미널(가칭)’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원유운영 및 해상출하 조직을 인적분할한 것으로 SAF를 비롯한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출하하는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도 SAF 생산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혼합 비율을 조정하면서 제품 수율 변화와 공정 영향성 평가도 진행한다. 앞서 폐식용유 수거업체 올수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정부로부터 바이오 기반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한 규제 특례 샌드박스 승인도 받았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핀란드 네스타가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를 공급 받았고, 이를 대한항공의 인천-LA행 화물기에 급유하는 등 시범 운항도 진행했다.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ISCC EU)도 취득했다.
업계는 아직 난관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원료 적용에 필요한 기술력을 축적해야 하고 국내 규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최근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국내 원료 공급 기준 수립과 폐기물관리법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인센티브 등이 초기 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라며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지역에서 확보하기 쉬운 폐식용유값 등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속도감 있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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