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 여름, 이르면 연초 상장 청구서를 제출한 예비 상장사들은 수개월째 답을 받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거래소 측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자료 등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예비 상장사들은 특별한 이유도 모른 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SK증권제8호스팩은 회사합병결정에 따른 주요사항보고서를 기재 정정하는 공시를 냈다. 해당 공시는 작년 7월 27일에 최초 제출된 것으로, 코넥스 상장사 바이오기업 노브메타파마의 합병 상장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작년 11월 7일 주주명부를 확정한 후 올해 1월 9일 합병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후 두 차례나 미뤄진 끝에 오는 5월 3일로 합병기일이 미뤄지게 된 것이다.
합병기일이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은 한국거래소에서의 상장예비심사 결정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어서다. 작년 7월 27일 노브메타파마는 스팩 존속합병 상장을 위한 심사청구서를 제출했지만, 해가 넘어 반년이 다 돼가도록 승인·미승인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노브메타파마뿐 아니라 많은 예비 상장사가 거래소의 심사 지연에 속을 태우고 있다. 신규상장의 경우 상장예비심사는 청구 뒤 45영업일 내 상장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제출서류 정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심사 결과 통지를 연기할 수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는 이날 기준 청구 후 45일이 넘도록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예비 상장사들은 40곳을 넘는다.
이중 가장 상장심사를 오래 끌고 있는 곳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이노그리드로, 작년 2월 17일 신규상장 청구 후 근 1년째 결과를 받지 못하는 중이다. 또한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회사 중에는 노브메타파마, 하이센스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거래소 측은 이같은 심사 지연 원인이 예비 상장사 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상장사에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상장사 측의 자료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장심사가 지연되는 회사 중 일부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예비 상장사가 제시한 실적 목표치가 실제로 이뤄지는지 이뤄지지 않는지 추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심사가 6개월가량 지연 중인 회사 중 이노그리드, 피노바이오, 아엔셀, 노브메타파마 등 다수 기업이 2022년도 순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2023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는 3~4월이 지나서야 심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거래소 측 관계자는 "실제로 외부 감사 기관에서 감사 의견을 통해 정확히 실측된 자료를 받아보는 것도 거래소가 할 일"이라며 "공모주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단 거래소 측의 입장과 달리 예비 상장사 중 일부는 아무런 자료 및 수정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반박했다. 한 예비 상장사 관계자는 "거래소로부터 특별한 자료 제출이나 정정 요구가 있지 않았고, 당사 측의 특별한 사유도 없다"며 "거래소 내부의 진행이 그냥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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