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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생금융 이후의 상생금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4 10:49

송두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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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은행권에서 발표한 2조원+α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환급해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들은 각 은행별 지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2월 지원을 시작해 3월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번 상생금융 시행으로 금융사의 과도한 수익에 대한 지탄과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가 컸던 분위기는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고 은행들은 금리 인상의 흐름에 올라타 역대 최대 수익을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지적하고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소상공인의 말을 빌려 은행권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의 수익에 세금을 물어야 한다며 ‘횡재세’ 도입을 추진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은행권은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하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문제는 상생금융 이후의 상생금융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상생금융 압박은 오는 4월 열리는 총선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표심 잡기에 금융권이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물론 대출 이자 환급은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그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은행권이 공동으로 나서는 상생금융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상생금융의 핵심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권에 대한 비판과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내놓는 상생금융안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금처럼 은행들이 매번 차주들에게 이자 환급을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생금융이 일회성에 그친다면 2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하는 지금의 은행권 노력 또한 의미 있게 다가가기 어렵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초 신년사에서 일제히 ‘고객’과 ‘상생’을 강조했다. 어려운 때일 수록 고객의 가치를 잊지 않고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당부다. 또 금융·은행권은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같은 당부와 변화가 대외용으로, 눈치보기용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은행들은 스스로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생금융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사들이 자발적인 상생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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