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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헬기에 "다른 환자 위해" "지역 의료 수준 문제"…의사들은 ‘터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5 20:30
흉기 습격 당한 이재명,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로 습격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헬기 특혜’ 논란이 정치권과 의료계 사이 대립으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 측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지역을 막론한 비판이 분출하면서다.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5일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피습 당일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만 받고 헬기로 이송돼 서울대병원 수술을 받은 데 대해 "정확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대병원의 동의를 받아 서울대병원으로 이전해서 수술을 하게 된 경위"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고 그에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 과정을 통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헬기 이송 결정이 자의적 판단이 아닌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양측의 전문적 논의 끝에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업무를 서울에서 봐야 할 필요성과 가족들 간호 편의성 등을 헬기 이송 근거로 들었다.

김 의원은 "야당 당 대표가 업무에 관한 연속성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친명(이재명)계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CBS 라디오에서 "환자나 가족들이 치료를 원하는 곳에서 받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서울대병원 치료가 이 대표 보다는 다른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그는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는 각 시도마다 1개 정도 있는 정말 아주 비상 응급 치료를 받아야 되는 곳"이라며 "여기서 대표가 눌러앉아 막 치료만 받고 있었다면 오히려 정말 더 비상 응급을 받아야 되는 환자들을 방해할 수 있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찌 됐건 의사들의 소견이 나온 것 아니겠나"라며 "그래서 이동한 것이라고 보면 되지 이걸 ‘부산대가 좋으냐, 서울대가 좋으냐’ 이런 논쟁은 너무 좀 한가한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8번째 서열이고 그런 사람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 의사를 반영해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거들었다.

홍 시장은 "부산의료를 멸시했다는 논리도 가당찮다"며 "삼성병원에 가겠다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서울 수서역 버스 정류장에 장사진을 이루는 건 왜 비판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를 비판하려면 서울 의료를 이용하려는 지방 주민들부터 비판해야 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지방 의료의 ‘수준’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국민 의식 수준에 맞게 지방의료의 수준을 높일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도 시급하지만 지방 의료 수준을 국민이 신뢰하게끔 수도권 못지않게 높이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산 뿐 아니라 서울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 등 전국 곳곳 의사단체들은 이 대표 헬기 이송을 비판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성명에서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가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이 대표 쾌유를 빌면서도 "헬기 특혜 이송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라고 지적한 부산시의사회에 십분 공감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방 붕괴를 막기 위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에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점도 의미심장하다"며 "응급 헬기로 서울대병원에 간 것은 부산에 신공항이 생겨도 서울의 공항을 이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광주시의사회 역시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비판하면서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석"이라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의료전달체계 원칙을 준수해야 할 국민이지만, (이번 이송으로) 다른 응급 환자가 헬기를 이용할 기회까지 박탈했다"며 "지역의사제와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하던 민주당은 이번 일을 통해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했음을 전 국민에게 알리게 됐다"고 질타했다.

경남도의사회도 "민주당이 불과 2주 전 지역의사제 도입법 등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통과시켜놓고, 정작 입법 당사자는 편법과 특권으로 얼룩진 서울행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과 양심도 지키지 않는 몰지각한 행태에 당혹감이 앞선다"며 "의료용 헬기는 의사 쇼핑을 편하게 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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