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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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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8 01:01
문성호

▲문성호 원주시 공우원노동조합 사무국장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공직사회에는 늘공과 어공이 공존한다. 늘공(늘 공무원)은 시험을 보고, 공무원이 되어 생업으로 공무원이 된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지방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들어온 공무원을 말한다. 항상, 어공과 늘공 간 생각의 차이는 크며,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 여하가 지자체 운영에 대한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장들과 그 측근들의 직권남용 행위들이 걸핏하면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은 공직사회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고, 공무원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하대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민간분야와 다르게 공직사회는 법과 법령을 기준으로 모든 행정업무가 돌아간다. 어공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늘공은 늘 선택을 강요받는다. 거부하자니 어김없이 그에 대한 보복이 따라올 것이고, 따르자니 훗날 감사받을 리스크를 본인이 떠안아야 하는 슬픈 구조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무원들이 영혼 있게 일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하다.

민선 8기 원주시를 한번 들여다보자. 지난 9월 내부직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게다가, 노조의 건의로 다면평가 시스템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변경하고 시행하는 시점 바로 전날에 시장은 ‘다면평가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 시켜버렸다. 원주시 인사시스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역할을 담당하던 제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공무원은 오직 승진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이 더더욱 절실하다. 아무리 인사는 임용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시장의 독단적 행동에 대하여 노조가 신속히 움직여서, 지난 10월 감사원에 관련 사항을 제보한 바 있다.

또한, 간부들의 인사가 너무나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2개월, 3개월, 6개월 어느 부서는 일 년에 부서장이 무려 3명이나 바뀌는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원주시 내부조직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있으나, 감히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기에 노조에서 우리 직원들을 대신하여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같은 날 원주시장 비서실 확대 논란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현장 민원공무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과중한 민원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의 생각인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강한 우려의 메시지가 담긴 입장문을 내부직원과 언론을 통해 원주시민들에게 알렸고 그 결과, 비서실 확대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노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로 갑진년 벽두부터 엄청난 시련이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해서는 아닌 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위선피화 오소감심(爲善被禍 吾所甘心) 좋은 일을 하고도 화를 당한다면 달게 받겠다"라는 각오로 불의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찐노조 간부로서 거침없이 나의 길을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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