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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5대 신당 '빅텐트' 주도권 다툼…각개 약진 속 연대 움직임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1 22:34

이준석 ‘개혁신당’ 공식 출범…미래대연합, 내달 창당 예정



신당들, ‘빅텐트’ 필요성 공감…연대 범위 등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 "각 당 정체성 확립해야…선거연대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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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김종민·조응천·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류호정 전 의원 등 제3지대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제3지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잇따른 창당에 이어 ‘빅텐트’ 언급도 나오는 가운데 신당끼리 연대를 이룰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3지대라 불리는 신당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의원 3인이 주축인 ‘미래대연합’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 5개다.

제3지대 신당들은 기존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하고 미래를 향하는 정치개혁을 실현하자는 목표의식에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다만 신당들끼리의 주도권, 연대의 범위 등을 놓고 다소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21일 전문가들은 "지금은 다양한 정당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들을 중심으로 양대 축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입을 모았다.



◇ 이준석 ‘개혁신당’ 공식 출범…미래대연합, 내달 창당 예정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은 전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대표로는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정책위의장에는 김용남 정책기획위원장, 사무총장에 김철근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총장, 최고위원에 천하람·허은아·이기인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선출됐다.

개혁신당의 정체성은 보수·진보·자유 정당이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정강·정책 방향성을 소개하며 "저출산, 지방소멸, 저상장, 빈곤과 같은 국가 난제에 대해 꼭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공존하는 정치의 개혁을 약속한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오랜 세월에 거쳐 해결할 문제까지 남김없이 공론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미래’(가칭)은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당헌에 담았다. 이를 위해 지도체제로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지도부 내 ‘최고위원’이라는 직함을 ‘책임위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순수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책임위원(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 대표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민주당이 채택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당 대표의 권한이 커진다.

또 △윤리심판원장 전국 당대회에서 직접 선출 △당내 ‘레드팀’ 설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당내 선거 관리 위탁 등을 당헌에 포함했다. ‘레드팀’은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기구로 새로운미래는 ‘당무검증위원회’를 상설 설치해 지도부의 의결사항을 의무적으로 의논하기로 했다.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으로 구성된 ‘미래대연합’은 지난 14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신당 창당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달 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현역의원 3인방이 이끄는 ‘미래대연합’은 민주당에서 법률위 부위원장을 지낸 설주완 변호사를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설 신임 대변인은 "합리적인 비판이 ‘내부 총질’이란 비난을 받는 데서 벗어나 진정 국민의 눈높이에 납득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대변인은 회견 직후 브리핑에서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여러 공약이 발표되고 있는데 미래대연합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국민 여러분께서 체감할 수 있는 ‘슬로건’부터 발표할 계획"이라며 "정책 분야도 정리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하나씩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의 주도하는 ‘한국의희망’은 한국의희망은 넓은 정치 스펙트럼 속에서 ‘민생을 적중시키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정당과 다른 민생, 과학, 생활정치를 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의희망은 지난해부터 정책 발표를 진행했다. △과학기술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국민 인생 3모작 프로젝트 △K-네옴시티 △특권 없는 정치와 부패 없는 사회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녹색대전환 등이다. 앞으로도 △외교·안보 △인재양성과 교육개혁 등 세 가지 시리즈가 남아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은 지난해 말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새로운선택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제3지대 연합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중단기적으로는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선택이 제안하는 정책은 △내각제 이행 △형사사법체계 정상화 △인구위리 해결 위한 젠더 정책 △청년투자국가 △평등 노동정책 등이다.

금 대표는 청년주택기금 조성을 통한 ‘나이 서른에 집 한 채 보유’ 달성, 정부가 사교육비를 지원하되 가격을 보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사교육 준공영제’ 등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세대 간 분배 정의를 목표로 ‘낸 만큼 받는’ 연금개혁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 신당들, ‘빅텐트’ 필요성 공감…연대 범위 등 의견 엇갈려

각 당 대표주자들 모두 제3지대 ‘빅텐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연대의 범위와 방법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제3지대 통합 논의에 참여하겠다면서도 각 세력이 하나로 합치는 ‘빅텐트’ 구상에 대해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그는 제3지대 세력을 향해 "‘우리도 할 수 있어’식의 창당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가 할 수 있어’는 필요하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오해가 없도록 개혁신당은 통합 논의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당이 지역구를 분배해 후보를 내는 방안 △지역구는 단일기호로 출마하되 비례대표는 당별로 선정하는 방안 △국민의 열망이 있을 경우 완전한 합당 등의 3가지 연대론을 제시했다.

반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축사에서 "시대적인 과제를 위해서 우리 모두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시대가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어떤 정치를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 일을 우리가 함께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추락을 목격하고 있다. 경험과 준비가 없는 사람이 국정을 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처참하게 경험하고 있다"며 "여러분과 나는 똑같은 경험을 했고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행동도 똑같이 하기를 다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대오로 4월 총선을 맞이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창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가) 합쳐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아마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이다. 50∼60석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위원장 역시 라디오에서 총선 목표가 최소 50∼60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대연합 공동대표인 이원욱 의원은 19일 ‘새로운미래’의 이낙연 위원장에게 광주 출마를 공개 제안하고 이준석 대표에게 ‘갈라치기성’ 행보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날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이낙연 위원장)가 진짜 광주에 출마해서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사실 뒷방에 가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게 임팩트를 주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우리가 제3지대 빅텐트를 치자는 것이 결국엔 혐오 정치를 극복하고 정치개혁 최전선에 서보자는 것"이라며 또 다른 혐오를 낳고 갈라치기를 하는 것은 지양해 주면 어떨까"라고 요청했다.

양향자 의원은 빅텐트 구성에 당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양 의원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희망 당명을 수용하지 않으면 빅텐트는 없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는 한국의희망의 철학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제3지대 통합 정당을 띄우기 위한 실무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다섯 개의 세력이 각자의 깃발을 들고나와서는 중도층 표심을 제대로 모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제3지대 신당들이 초반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생존을 위해 빅텐트 아래로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정책이나 통합의 의미가 담긴 빅텐트가 아닌 선거 연대의 취지로 빅텐트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5개의 신당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총선 전 마지막에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두 축으로 선거 연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거 연대란 당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당이 서울 종로구에 후보자를 출마시켰을 경우 B당이 해당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선거 연대를 해서 중도층 혹은 무당층의 지지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양쪽 모두 후보자를 출마시킬 경우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3지대 신당들의 통합도 필요하지만 각 당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세워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신당들이 각자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경쟁력을 키워야 통합이나 연대를 해도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단순히 반윤석열(반윤) 혹은 반이재명(반명)에만 집중해서는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죽도 밥도 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당의 승패는 단순 통합이 아니라 각 당의 자생력을 기반으로 정해진다"며 "단순히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메시지만 외칠 게 아니라 인지도나 지지층이 있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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