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수력원자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80%를 넘겼음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지 않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의 원가를 보전해주느라 공기업인 한수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 연료원별 킬로와트시당(kWh)당 발전단가는 원전이 55원, 석탄 141원, LNG 214원, 재생에너지가 168원이었다.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는 평균 160원대였다.
즉 한국전력공사는 원전과 석탄발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서 팔 때는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LNG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고 팔 때마다 손실을 본 것이다.
반대로 한수원은 이익을 봐야 정상이지만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아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다. 원가도 회수하지 못한 한수원은 지난해 연간적자가 확실시된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적용되는 정산단가는 SMP에서 변동비를 차감하고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 뒤 다시 변동비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정산조정계수는 지난 2008년 발전자회사의 초과 이윤을 조정하고자 도입돼 0에서 1 사이에서 조정되며, 0에 가까울수록 발전사 수익이 떨어지고 한전 이익은 늘어난다.
한전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적자를 줄이고자 가격이 저렴한 연료인 원자력의 정산조정계수를 낮게 책정해 재무 부담을 덜어왔다. 그 결과 한수원은 지난해 상반기에 1조7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까지 누적 1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까지 누적 연간실적은 다음달 중순에 공시된다.
▲자료=전력거래소 |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한수원이 공급하는 전력 판매량은 전체 전력 판매량의 31.9%지만, 판매 금액 비중은 11.9%에 불과하다"며 "타 전력원 대비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등 정부의 국정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전력 판매단가의 현실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부는 지금 동시간에 전력이 생산되면 재생에너지 전기를 먼저 사도록 하고 있다. 변동비가 0원인 재생에너지에는 가장 비싼 SMP에 REC까지 얹어 정산해주는 반면 원자력은 싸게 파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력 수급 계획에도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하는데 현재와 같은 정산구조라면 5년, 10년 후에는 적자가 더 커질 것 같다"며 "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적절한 이윤이 나지 않으면 원전 관련 투자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산 단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정부는 한전의 적자 문제를 다룰 때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났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망을 보강해야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문제도 다루지 않는다"며 "마치 한전이 부실 경영을 한 양 한전의 조직을 축소하고, 자산을 매각하며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거나 반납하는 계획을 세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탄소중립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을 세울 때 가격이라는 시장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계획을 짠다. 한전의 적자는 고려하지 않는다.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는 정책전원이라는 명목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비율을 건설하도록 반영한다"며 "그러고 나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져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나치게 높아진 재생에너지를 감당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서 지원하고 또 한전의 적자 계획은 고정 값으로 놓고 대책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가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비용을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재생에너지를 마구잡이로 공급해놓고 전력망을 강화하기 위해 또, 수요처와 공급처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그 와중에 신규원전 건설과 해외원전 수출을 해야 하는 한수원은 정작 다른 에너지원 확대에 돈을 대면서 정작 본업에서는 적자로 비싼 이자를 내고 대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이용률 상향, 우라늄 등 에너지비용 상승으로 적자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전 수출,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 같은 과제가 산적한데다 한전에 중간배당을 하는 등 여유 자금이 줄어 원전 운영·보수와 수출 재원 확보 등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원전은 비용이 모자라면 안전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 단가를 낮춰선 안 된다"면서 "2026년까지 한전과 한수원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정부가 발전 원가를 보전해주는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VC)를 도입해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