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타스/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크렘린궁과 가까운 복수 인사를 인용,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중개인을 통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관련 논의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접는 방안을 고려할 의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들은 심지어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대한 러시아 반대도 종국에는 물릴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18%를 점령한 채 우크라이나군과 대치 중이다.
이런 ‘물밑 협상’ 관련 보도에 미·러 양측은 일단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잘못된 보도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러시아 입장에 그런 변화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면서 "러시아와의 협상 여부와 언제, 어떻게 할지는 우크라이나 결정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기류를 러시아 심리전의 일환으로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물밑에서 직접 대화하는 듯 한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NSC 유럽·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냈던 피오나 힐은 "그들에겐 (미국과 러시아 간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 채널이 있다고 모두가 믿는 게 득이 된다. 그건 우크라이나를 크게 겁먹게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블룸버그는 ‘비밀 채널 가동 중’이란 소문이 유럽 각국 외교가에도 돌고 있지만 주요 당국자들은 예외 없이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랙2’로 불리는 민간 비공식 채널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미국 반응을 떠본 것이 사실이라면, 갈수록 러시아에 유리해지는 전황에 고무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1100억달러(약 147조원) 상당의 원조 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장기적으로 전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에서 대량 탄약과 무기를 조달해 공세에 박차를 가해왔다. 또 친러 성향 정권이 들어선 슬로바키아 등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러시아 정부 ‘막후 휴전’ 메시지 보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역시 크렘린궁과 가까운 전직 관료들을 인용, 크렘린궁이 작년 9월부터 복수 외교채널을 통해 휴전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수석 정치학자 새뮤얼 채럽은 "이건 함정일 수도, 허세일 수도, 이간질을 위한 기만술이거나 진짜 제안일 수도 있다"면서 "누군가 시험해볼 때까지 우리는 그걸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