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제1본점.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위원회가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방식과 절차에 대한 내용을 마련하며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1분기 안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독과점을 깨기 위한 취지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추진된 가운데, 대구은행이 실제 시중은행을 흔들 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금융위, 인가방식 확정…불법계좌 개설 리스크도 덜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열린 제 2차 정례회의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과 절차를 마련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인가 방식은 은행법 제 8조의 ‘인가내용의 변경’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비인가는 생략하되 신청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비인가를 신청할 경우에는 생략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의 불법 증권계좌 개설 사실이 적발돼 시중은행 전환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왔으나, 금융위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지방은행의 경우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확정 전이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대구은행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원 제재까지 가지 않는다면 대구은행이 당장 시중은행 전환하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전례가 없었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인가 기준을 내놓은 만큼 대구은행도 곧바로 인가신청서를 제출해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1분기 내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준비해 온 만큼 빠른 시일 내 인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과 덩치 차이 극복 급선무…"안착까지 시간 걸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모습을 탈바꿈하더라도 ‘은행의 과점체제 깨기’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대구은행의 덩치가 작아 시중은행과 경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은행별 자기자본을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은 4조9964억원으로 약 5조원 규모다. 대구은행의 경쟁 은행이 되는 KB국민은행은 36조원, 신한은행은 33조원, 하나은행은 31조원, 우리은행은 26조원으로 기존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이 대구은행에 비해 5∼7배 이상 많다.
대구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6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 또 다시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영업구역이 전국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자본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본 확충을 통해서도 기존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대구은행은 먼저 디지털을 기반으로 영업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 추진이 발표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은 고객이 적기 때문에 핀테크 플랫폼 회사가 동반자로 협력해 나간다면 보다 나은 혁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단 디지털 중심의 영업력 확대의 경우 모바일 뱅킹으로 이미 시중은행을 압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시중은행들이 자체 앱을 통해 디지털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어 대구은행의 자체 디지털 역량 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대구은행은 대형 시중은행에서 소외받던 중신용등급 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시도할 예정인데, 기존 시중은행의 독과점 영역인 ‘가계대출’ 부문을 흔들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구은행이 은행의 경쟁 촉진이란 임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이 하지 않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 외에도 시중은행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영역에서 메기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안착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환 초기에는 대구은행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은행이 처음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이 된 사례가 되기에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안고 있을 것"이라며 "대구은행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