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순자산비율을 뜻하는 PBR은 주식투자를 논할 때 주가수익률(PER)·자기자본이익률(ROE)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기초지표다. 주식 1주당 기업의 순자산가치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으로, 그 값이 1보다 낮을 경우 대개 저평가된 종목으로 평가한다.
최근 국내 증시 대부분 종목들이 저 PBR 종목으로 분류됐다는 통계가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삼스럽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왔다는 의미며,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나선 것은 다시금 '국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한 요소다. 적극적인 PBR 제고 정책을 펼친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요즘 '저 PBR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마치 과거 이차전지·초전도체 등 테마주를 연상케 한다. 1월 증시 약세를 겪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개인투자자들이 확대되는 주주환원 정책, 장기간 이뤄질 기업가치 개선에 기대를 걸고 낮은 PBR 을 보유한 종목을 앞다퉈 사들이는 모양새다.
한편으로는 또 수많은 개미들이 저 PBR의 '함정'에 빠져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흔히 가치투자를 공부하는 초보 개미들이 범하는 실수로, 저 PBR이라고 해서 언젠가 주가가 반드시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치 함정(Value Trap)'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PBR 산출에 쓰이는 순자산이 기업의 자산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PBR은 기업이 가진 부채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해당 종목의 사업이 정확히 어떤 업종인지, 그 업종의 업황과 전망이 어떤지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시점 제무재표 상으로 견실한 기업이더라도 업종이 사양산업이라던가, 회사 내부에 문제가 존재할 경우 주가는 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해외 증시에서도 주가가 수년째 바닥을 기고 있는 저 PBR주는 많다. 저명한 가치투자가이자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불렸던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3년간 보유한 저 PBR주가 성장하지 못할 경우 과감히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주식이란 단순히 기업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사 합치가 이뤄져야 거래가 되는 만큼, PBR이라는 단편적인 지표에 매몰되지 말고 전반적인 실적과 외적인 요소를 두루 살펴 투자에 나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