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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자율배상’ 거론한 이복현...국민은행, ‘최다 판매사’의 무게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6 06:00

금감원장, ‘ELS 손실’ 판매사 자율배상 강조
최다판매사 배상 규모가 금융권 기준점 작용

‘공모’ ELS 배상 규모만 최대 수조원대
“배상안 결정시 주주 배임문제 감수해야”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들의 자율 배상 절차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하면서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라임펀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달리 ELS는 펀드 성격이 다르고 판매 규모도 월등히 많기 때문에 자체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이 자칫 공모펀드인 ELS에 대해 배상안을 내놓을 경우 펀드 판매 과정에서 회사의 과실을 모두 인정하는 행보로 비춰질 수 있어 배상안을 발표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국민은행이 법무법인 김앤장, 화우와 'ELS 법적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은 자발적 배상이 아닌 추후 투자자들과의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금감원장 “소비자 위해 자발적으로 자체배상 내놔라"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강당에서 열린 업무계획 브리핑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ELS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는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설 연휴 전까지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유형화, 체계화하고, 이달 마지막 주까지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거나 추가 검사에서 문제점 발굴을 거쳐 그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 원장은 “검사 진행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한 만큼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체배상을 진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금융회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본다"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이 ELS 손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배상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최다판매사 배상안이 곧 금융권 '바로미터'...국민은행 딜레마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이 원장의 해당 발언은 곧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에게 부담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이고, 이 중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특히 KB국민은행 판매 잔액이 8조1972억원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2조원 규모다.




또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신탁(ELT)의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약 8조4000억원인데, 이 중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다. 결국 KB국민은행이 내놓을 배상안이 다른 ELS 판매사에도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KB국민은행 입장에서는 ELS 배상안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선 사모펀드인 DLF, 라임사태와 달리 ELS는 공모펀드로 판매 규모는 물론 해당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 수도 많기 때문에 배상 규모만 해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ELF, ELT 가운데 50%만 국민은행이 배상한다고 해도 액수만 2조원이 넘는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은행의 순이익(2조8554억원)에 육박한다. 이를 감수하면서도 KB국민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손실 규모를 배상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2020년 판매사들이 피해자들의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수용한 라임펀드의 경우 판매사들이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도 수익률 등 핵심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속였다는 책임이 적용됐지만, ELS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인한 손실이기 때문에 상품 성격이 다르다는 게 금융권의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며 “금감원이 H지수 ELS에 대해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피하고, 자율배상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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