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금융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융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폐기 수순을 밟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행정안전위원회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등이 있다.
산은법 개정안은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법안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산은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기존 산은법의 문구를 '부산'에 둔다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두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산은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산은의 부산 이전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제대로된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법 개정안과 수은법 개정안은 여당과 야당이 크게 이견을 보일 만한 법안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새마을금고법 개정은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가 발표한 혁신안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개정안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단임제로 하고, 전무이사와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하는 등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은법 개정안은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확대되면서 각종 정책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수은으로부터 수출 금융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방산업계 중심으로 수은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이다.
산은법과 같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법안의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는 금융 법안들을 보면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의식해 대치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 국면에 국회의원들의 모든 관심이 공천에 쏠려 있어 우선순위가 아닌 금융 법안은 논의 대상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만큼 금융법안의 처리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회만 바라보고 있던 업계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