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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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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주가 오르자...‘매도’ 타이밍 재는 투자자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8 09:12

칼라일, KB금융 지분 전량 매도...“협력관계 지속”
국민연금, 주요 금융지주 주식 팔고 지분 축소

주주환원-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주가 들썩
올해 실적 불확실성 크지만 중장기 투자 유효

4대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최근 금융지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칼라일그룹을 비롯한 큰 손들은 금융지주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금융지주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발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영향을 미쳤던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부라도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칼라일그룹, KB금융 지분 매도...국민연금도 지분 축소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은 최근 KB금융 지분 1.2% 전량을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총 매각가는 3260억원에 달한다.


칼라일그룹이 KB금융을 매각한 것은 2020년 6월 투자 이후 약 3년 6개월만이다. 당시 칼라일은 KB금융과 투자협약을 맺고 KB금융이 보유 중인 자사주 500만주를 활용해 발행한 교환사채에 2400억원을 투자했다. KB금융과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3년 6개월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록업) 조건이 있었다. 최근 록업 기한이 만료된데다 금융지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칼라일은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칼라일그룹이 결산배당금을 수령하기 전 KB금융 지분을 매각한 점도 눈길을 끈다. KB금융은 이달 29일 권리주주를 확정한 후 결산배당으로 주당 153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칼라일그룹이 지분을 팔면서 결산배당금은 받지 못하게 됐다. 이미 KB금융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분기배당으로 총 주당 1530원을 지급한 만큼 칼라일그룹도 차익 실현을 위한 판단이 보다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분 매도에도 KB금융과 칼라일그룹 간에 협력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KB금융 측의 설명이다. KB금융과 칼라일그룹은 당시 교환사채 투자와 별도로 아시아 역내 바이아웃펀드인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V 간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양사는 국내외에서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데 상호 협력 중이다. KB금융은 칼라일그룹의 지분 매도에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지난달 25일과 이달 2일에 걸쳐 신한금융지주 지분 일부를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실적 불확실성 큰데...주주환원-정부 정책 기대에 주가는 '들썩'

딜러

▲대손충당금 적립, 상생금융 지원 등으로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축소했다. 국민연금은 KB금융 지분을 작년 10월 8.74%에서 지난달 8.3%로 축소했다. 신한지주의 경우 주식 178만9909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기존 7.77%에서 7.47%로 줄였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224만6054주를 처분해 지분율을 8.56%에서 7.79%로 축소했다.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연초 이후 평균 20% 넘게 급등하자 주식 일부를 처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국민연금 등은 적정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계속 조정해야 한다"며 “최근 지분 매도는 차익실현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상생금융 지원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주주환원율을 대체로 끌어올린 데다 자본배치,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준수하겠다고 공언한 점이 주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이었다. 다만 올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모펀드처럼 일부 지분을 정리하고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지만, 금융주는 배당주인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금융사 입장에서는) 올해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뉴스가 더 많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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