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하는 등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 저장 시설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히면서 국회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 사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촉구' 브리핑에서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울진·영덕·영일,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 과거 9차례 부지 선정 실패의 반복이 우려된다"며 “공모 절차, 주민투표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은 방폐장 건설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지난 2015년부터 원전 작업복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전용 처리장은 경북 경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저장조에 보관되는 방식으로 주로 처리되고 있다.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전 내 수조가 가득 차게 된다.
황 사장은 “국내 원전 25기에 이미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1만8600톤을 포함해 (추가 건설 원전을 포함해) 총 32기의 총발생량 4만4692톤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임시방편으로 한수원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폐기물 건식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만히 추진되려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수조 포화가 다가온 한빛·한울·고리 원전 부지 야외에 각각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2030년 무렵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자칫 이 같은 시설이 영구 방폐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황 사장은 “핀란드가 2025년 세계 최고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고, 일본과 독일도 부지 선정 중인 것을 비롯해 원전 운영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방폐물 처분 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자칫 국내 제품의 유럽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골자로 한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은 여야에 의해 각각 국회 관련 상임위에 발의된 상태다. 여야 모두 건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핵심 쟁점인 시설 저장 용량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고준위 방폐장 수용 용량을 원전 '운영 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 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제정안의 자동 폐기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이번 국회를 넘길 경우 고준위 특별법 마련에 다시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