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미래 먹거리인 조각투자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술품, 부동산 등 다양한 조각투자 분야에서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흥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PF발 실적 부진에 신사업 통한 돌파구 모색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와 업무협약(MOU)를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 15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인 루센트블록과 STO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소유 전용 투자상품을 출시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한 투자 채널 연계 등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해 7월 STO,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는 DT전략부를 신설해 같은 해 12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도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나증권은 프린트베이커리, 루센트블록,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등과 조각투자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인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와 MOU를 맺었고 신한투자증권도 투게더아트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이밖에도 대신증권은 지난해 3월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거래소 '카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 초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맺고 시장 선점에 힘쓰고 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도 토큰증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이 조각투자를 비롯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데는 실적 악화에 따른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부담 증가 여파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10대 증권사 중 6곳이 4분기 순손실을 냈다.
이에 실적 개선의 일환으로 새로운 투자자 유입이 가능한 STO 시장 진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조각투자 플랫폼과 협업하게 되면 계좌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청약 시 해당 증권사 계좌로 연동돼 토큰증권 계좌 개설을 유도할 수 있으며 거래금이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낯선 조각투자…법 개정도 하세월
증권사들이 앞다퉈 STO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최근 진행된 조각투자 공모 성적은 좋지 않다. 투자자들에게 아직은 조각투자 시장 자체가 낯선 탓에 투심이 저조해서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소투'는 지난달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 8호의 조각투자 공모를 진행했는데 청약률이 86.9%를 기록하며 미달됐다.
아트투게더의 공모 물건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1호 작품 또한 완판에 실패하며 17.9%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공모 경쟁률이 높았지만 거래금 납부 직전 투자자들이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TO 관련 법안이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토큰증권 시장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토큰증권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토큰증권 자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상황이지만 시장 여건이 아직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신규 먹거리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