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치중한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반면, 내수시장에 의존한 태양광 제조업체와 시공업체 등은 국내 태양광 보급량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도 전력가격하락으로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판이다.
23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중 한화솔루션만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2887억원, 영업이익 60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22에서 매출은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34.6% 감소했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6조6159억원, 영업이익 56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보다 각각 18.8%, 62.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화솔루션은 국내 대표적인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로 유럽과 미국 등 시장에 진출, 개발 자산 매각 및 EPC(설계·조달·시공)서 매출을 1조원 이상 늘렸다.
반면 한화솔루션 외 HD현대에너지솔루션, 신성이엔지 등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은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57억원으로 전년대비 80.5% 감소했다고 지난달 23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5461억원으로 전년대비 44.5%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67% 감소한 수치다.
특히 재생에너지(RE) 사업부문은 전년대비 45% 축소된 661억원을 기록했다. 신성이엔지는 내수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국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 부문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화솔루션도 올해에는 태양광 사업서 선전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중국산 태양광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하나투증권은 지난 23일 태양광 모듈의 과잉재고 문제로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이 적자전환할 것을 예상했다.
태양광 시공업체도 국내 보급 시장 위축으로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고 올해 영업실적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2일 발간한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보급량은 전년대비 약 15% 감소한 2.5~3.0기가와트(GW)로 추정된다. 올해 태양광 보급량도 2.5GW 내외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 태양광 보급량 정점을 찍었던 5.5GW의 절반도 미치지 못할 만큼 줄었다.
수출입은행의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을 고정가격으로 제약 등 정부 정책 변경에 따라 태양광 보급량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업 국내 총 매출액은 5조7596억원으로 전년대비 7.2%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에도 태양광 시공업체의 매출액 감소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태양광 시공업체들은 국무조정실의 문재인 정부 태양광 사업 감사가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태양광 시공업체 대표는 “검찰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사업을 받은 태양광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누가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태양광 시공업체의 고객이었던 태양광 발전사업자들도 최근 수익이 시원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수익이 잘 나와야 태양광 시공업체들은 추가 태양광 발전사업을 계약하는 원동력을 얻겠지만 현재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최근 에너지가격 안정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의 전력판매가격 중 하나인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이 하락했다. 태양광 사업자는 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의 합으로 전력을 판매한다. REC 가격은 현재 1REC당 7만원대 이상을 유지 중이지만 SMP는 요동치는 상황이다.
지난달 월평균 통합 SMP는 kWh당 138.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0.8원의 57% 수준으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