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소액주주 운동의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위원과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주주연대·행동주의펀드 추천인 감사·사외이사 선임
지난 2월 28일 DB하이텍은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오는 3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의 수 조정 △배당절차 선진화 △자기주식 소각 권한 추가 등이 담긴 정관을 변경 안건으로 올렸다. 특히 자사주 소각 권한은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으로 안건이 상정됐다. 이를 통해 회사가 보유중인 보통주식 272만6653주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 사실이 공시된 날로부터 1개월 후 소각된다.
특히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한승엽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강성부 펀드로 잘 알려진 KCGI의 특수목적회사(SPC)인 캐로피홀딩스가 추천한 윤영목 아스텔라비앤씨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회사의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인물들로 선임이 예정된 만큼 회사에 대한 견제 역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한 교수에 대해 자사주 소각 및 대주주 견제 차원에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CGI는 윤 후보자에 대해 DB하이텍 자산의 합리적 운용과 이사회 중심 경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을 해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소액주주운동 역사에 한 획 그었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의 단체 행동은 국내 주주운동에 있어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인 KCGI와 함께 DB하이텍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이끌어냈다. 회사 측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한 거다. 주요 내용은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대 유지, 배당성향은 최대 20%까지 탄력적으로 운영 △자사주 취득율은 발행주식총수의 15%까지 점진적 확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등이 골자다.
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목 컨두잇 대표가 비효율적인 주주운동체계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졌다. 터치 몇 번으로 주주연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서비스인 '액트'를 선보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3일까지 액트를 통해 주주제안이 제출된 상장사는 최소 14곳에 이른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은 2021년 10건에서 2022년 11건, 2023년에는 18건을 기록했다. 액트를 비롯 헤이홀더와 비사이드 등 주주연대 플랫폼 서비스가 잇따르면서 주주연대의 주주제안 건수의 증가와 의결권을 위해 확보하는 주식의 수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연대 플랫폼과 행동주의 펀드 간 협업으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을 예로 들고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 한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wolf pack)' 전략이 향후 본격화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울프팩 전략을 기반으로 소액주주와의 연대도 얻어내 3월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이거나, 원하는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얻어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환경들로 인래 향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확대 등 보다 강화된 주주환원 확대정책 등이 보다 더 탄력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