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이 30% 이상 줄어든 휠라홀딩스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개인 회사이자 휠라홀딩스의 대주주인 피에몬테의 주식 매입 때문으로 풀이된다.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상승보다 하방을 지지하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피에몬테의 주식 매입이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강화된 배당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휠라홀딩스는 지난달 14일 작년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66억원, 30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1%가 빠졌고, 영업이익은 30.2%가 줄었다. 순이익은 1573억원으로 66.4%가 급감했다.
회사측은 연결대상 종속회사의 재고자산 할인 판매와 재고자산 충당금 증가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수 소비여력 둔화에 따른 리테일 판매 부진과 홀세일 채널 조정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 감소에도 주가는 소폭 오름세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4만1000원으로 작년 말(3만8700원) 대비 5.94% 상승했다. 이같은 주가 상승 배경으로는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주식 매입이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피에몬테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휠라홀딩스 주식 6만821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매입을 위해 쓴 돈은 24억2700만원이다.
피에몬테는 지난 1월 2일 휠라홀딩스 주식 6만8722주를 장내 매수한 뒤에도 지난 7일까지 올해에만 41만256주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쓴 돈은 총 161억900만원에 달한다. 피에몬테는 2022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선 바 있으며 현재까지 2900억원을 들여 약 838만주를 사들였고,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2022년 3월 21.62%에서 35.41%로 늘어난 상태다.
피에몬테는 2022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이 75.18%를 보유중인 개인 회사다.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가 60.20%를 보유중인 전동스쿠터 제조·판매기업인 케어라인이 20.77%를, 윤 대표가 4.05%를 소유 중이다. 휠라의 지배구조는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피에몬테→휠라홀딩스→휠라코리아다. 지주회사 위에 또 다른 회사가 존재하는 옥상옥 지배구조다.
1945년생인 윤 회장이 80세를 앞둔 고령인 만큼, 이같은 지분 매입은 상속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사장이 케어라인을 통해 피에몬테 지분을 사들이고, 피에몬테가 휠라홀딩스와 합병하는 방법으로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을 위해서는 지분율이 높아야 유리하다. 코로나 시국 8만원을 넘나들었던 주가가 현재 4만원선에서 머물고 있어 주식 매입을 위한 적기다. 또 적극적인 배당정책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 각각 1580원 1090원을 배당했다. 올해도 주당 750원을 배당한다. 영업이익 급감에도 공격적이다.
골프 용품 전문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생산중인 종속회사 아쿠쉬네트(Acushnet)의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가치 상향과 적극적인 지분 매입 및 배당 등을 감안해도 주가의 우상향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일관적인 시각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와 대주주의 꾸준한 장내 주식 매입은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주가는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현 수준에서 상하단 큰 변화 없이 지루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피에몬테의 적극적인 주식 매입과 지난 1월 신고가를 경신한 아쿠쉬네트 덕분에 주가 하방은 경직되나, 여전히 뚜렷한 리브랜딩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