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펫보험'이 등장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과 핀테크업계가 출시에 앞서 논의에 나선 가운데 자동차보험 판매와는 달리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병원 진료비와 치료비부터 타인의 반려동물에 입힌 피해배상액, 장례비용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카카오페이가 선두주자 될 듯…이번에도 관건은 수수료와 플랫폼 가격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분기 내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를 위해 보험사와 핀테크사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내놓을 곳은 카카오페이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말 펫보험 비교 제휴사인 대형 손보사, 이른바 '빅5'(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와 킥오프 회의를 열고 표준API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네이버, 토스 등은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당국은 펫보험이라는 서비스 출시 2막을 앞두고 실용성 높이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업계 간 실무 논의를 지난달 말 본격화했다. 당국은 특히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가장 우선할 것을 주문했다.
자동차보험 출시 당시 제각각인 플랫폼상 보험료 책정으로 인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이번에도 핵심 중 하나는 '수수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보험사, 핀테크사는 2분기 펫보험 출시 이전까지 수수료율 조정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일부 플랫폼사는 수수료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도 플랫폼에 경쟁적인 보험료를 제시할 전망이다. 특히 보험사들로선 플랫폼 요율(PM) 적용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요율을 없애고 온라인 요율(CM)로 출시하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참여 보험사들은 대체로 CM 요율 적용을 예상하고 있다. 플랫폼에 수수료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기조도 업계에서 일부 나온다"고 말했다.
상품 설계 구조가 복잡해 자동차보험 때와 같이 보험사마다 다른 담보를 적용한 정확한 상품 견적을 내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은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펫보험은 현재 치료비 보장 비율과 보장 범위가 제각각으로,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품이 들어갈 것 전망이다. 인프라 구축과 비용상 한계로 인해 여러 핀테크사나 보험사들의 참여도가 낮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블루오션 '펫보험' 시장...대형사들 팔짱 풀고 경쟁 뛰어들까
펫보험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는 반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 대다수가 가입하지 않아 보험사들이 노리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전체 소비자들의 가입률은 1%대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도 새로운 채널을 통해 판매를 확장하는 데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해당 시장은 1년 새 50% 넘게 급성장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을 판매한 손보사 10곳의 보험 계약 건수는 전년(7만1896건) 대비 51.7% 증가한 10만9088건으로 집계됐다. 신계약 건수는 같은 기간 5만8456건으로 66.4% 뛰었다.
플랫폼을 통한 확장력에도 기대감이 남아있다. 실제로 중소형사들의 약진으로 비교추천 서비스가 일부 효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서비스 출시 이후 가입 실적은 적었으나 소비자 편익 증대나 보험사 간 경쟁촉진 등의 효과는 일부 나타났다.
금융위가 발표한 A플랫폼사 자동차보험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 60%가 기존 계약보다 30% 저렴한 보험료를 추천 받았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신규 고객확보를 위해 비교·추천 서비스에 적극 참여한 결과 플랫폼에서의 점유율이 절반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앞서 플랫폼 내 자동차보험 판매에 미온적이었던 대형사들도 펫보험에서는 적극 경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수수료 체계 개선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국의 입김에도 시선이 모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도해가는 사업이기에 수수료율 조정이나 보험료 반영에도 힘을 쓸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실손보험 등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기에 서비스 효용성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소비자편익면에서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업권이 동시에 사용하는 표준 API로는 보험사가 상품별로 제공하는 특약을 반영하기 어려워 일률적인 비교가 어려운 데다, 플랫폼을 통해 나타나는 일부 보험사 상품에 플랫폼 수수료가 붙어 있어 각 회사별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플랫폼을 통해 보험계약 체결 시 핀테크사에 플랫폼 이용 수수료 3%를 지급해야 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는 이 비용을 보험료에 반영하고 있다. 각종 이유로 7개 핀테크사에서 한 달 동안 체결된 자동차보험 계약 건수는 6100건에 그쳤다.